희망고문
[종려나무숲](2005) 모정 같은 우정, 우정 같은 모정
[종려나무숲](2005)
유상욱/김민종, 김유미, 조은숙, 이경영
새벽에.
가을 공기를 느끼겠다며 문도 다 열어놓고.
종려나무가 어찌 생긴 나무일까, 우리 기독교에도 종려주일 있는데 하며.
그냥 제목에 끌려서 무심하게 클릭한 무료 영화, <종려나무숲>
영화 보다가 말도 안 되는 지점에서 이렇게 오열하여 보기는 처음이다.
문도 다 열어놔서 새벽에 내 울음소리가 꽤 컸었을 텐데 하는 걱정이 지금에서야 든다.
두 살 위인 계모 조은숙과 두 살 아래 딸인 정순의 우정 같은 모정과 모정 같은 우정이 친구를 묻는 내게 친구를 말해줬다.
아끼는 거다. 서로 아껴주는 거.
정순의 아버지처럼 뱉어버리는 행동이나 말은 죄다 폭력이었던 것처럼. 따라서 그 아비에게서는 어떤 부정(父 情)이나 부정( 夫 情)도 죄다 부정(不 正)되는 것처럼.
딸이고 엄마이고 친구이기에 소중했고 소중한 만큼 아껴주고 아낌을 받는 그 마음을 나누며 서로 안에서 풍성했기에 그들은 그들의 마음으로 삶과 사람을 사랑했던 것이다.
이쁜 삶, 이쁜 사람, 이쁜 사랑.
내가 추구하는 이쁨의 모습이 저들 안에 있었다.
종려나무를 주고 떠난 최선장은 그 순간은 진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후에 '미안하오'를 쓴 사진을 보내온 걸 보면 그에게도 사정이 있었으리라고.
그러나 그는 종려나무도 주지 말았어야 했고, 사진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면 부주의한 말이나 무책임한 행동을 뱉지 말아야 했다.
그의 종려나무와 사진에 기대어 어딘가에서 그들의 맘처럼 딸을 혹은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란 희망고문으로 모녀의 삶을 송두리째 학대하는 부주의한 말과 행동이었다.
때로는 부주의한 말이나 무책임한 행동이 누군가의 삶 전반에 걸친 가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기다림이라는 병을 앓게 만드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평생을 아픈 감정에 섞여 들어 썩게 만드는.
기다림이란 열병을 딸과 함께 해준 두 살 위 엄마가 있어 그 썩어나간 자리래도 이쁘게 보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오열했던 지점은 이들의 이 이쁜 아낌 때문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