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stand
[더 파더](2021) 사랑은 그 속에 서보는 겁니다
[더 파더](2021)
감독: 플로리안 젤러
출연: 안소니 홉킨스, 올리비아 콜맨
"이해한다는 것은 영어가 좀 더 이해하기 편한 듯합니다. under에서 stand 한다는 뜻이잖아요. 그 속에 서보는 겁니다."
존경하는 노우호 목사님의 명강의인 에스라성경강좌의 핵심 메시지인 "신학은 사랑학이다"를 논하는 사랑학 강의 중 나오는 말씀이다. (유튜브 영상에서 "신학은 사랑학이다"를 검색하면 해당 강의를 들을 수 있다.) 하나님의 형체로 지음 받은 우리 사람의 삶이란 사랑을 배워서 하나님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가르침을, 하나님의 천년의 사랑이 좌절되는 모습을 보여준 구약성경의 <말라기>를 통해 전하시는 강의이다. 그전까지 늘 좌절되기만 했던 주변 혹은 사람들과의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의 자존감을 잃어가고 사람 된 자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하여 삶을 포기해버리려는 생각만이 가득했을 때, 나에게 사랑의 의미를 이해시키고, 사람 된 자로서의 정체성을 또렷이 각인시키며, 주어진 삶을 진심으로 살고 싶게 만들었던 강의. 나의 육의 생명과 영의 생명까지 살리셨던 내 인생의 명강의, 에스라성경강좌이다.
노우호목사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해한다는 것도 사랑의 속성 중 하나이다. 그 속에 서보는 것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끝까지 그 속에 서보려고 노력하고, 알아내려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사랑의 영화이다. 우리가 가장 겁내는 현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가족이 되거나, 내가 알츠하이머 환자가 되는 문제. 즉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다루는 방식에서 지극한 사랑이 느껴졌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 서서 카메라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 완벽한 "under에서의 stand"이며, 결말에서 카메라가 out에서 그를 잡았을 때, 완벽히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놀랍도록 창의적인 기법이다. 전율이 왔다.
현재 진입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 중 단연 으뜸은 창의력이다. 이 영화의 이런 창의성은,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치매 환자의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 서서 필름을 돌리는, "이해의 기법"인 것이다.
이해하려 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가족 간에도, 연인 간에도, 친구 간에도, 사랑한다면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은 그 대상 속에 들어가 서보는 것으로 실행된다.
이 영화는 이러한 이해의 기법으로, 관객을 완벽하게 이해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법의 밑그림이 사랑이라는 것도 알겠다. 즉 사랑이 없다면 이해의 기법은 스케치될 수조차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앤서니 홉킨스의 완벽한 연기도 크게 한몫을 했다. 그의 이러한 연기를 정말 오래오래 보고 싶다.
이 영화에서 특별히 공간의 분할도 특히 눈에 띄었다. 우리의 뇌 속 저장고들처럼 나뉜 안소니 집의 공간들. 익숙한 집이지만 미로 같은 느낌으로 연출해놓은 공간 분할이 내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그냥 나 같았기 때문이었다고나 할까?
각본, 연출, 연기 모두 단연 최고를 보여준 이 영화가 내게 큰 영감을 준다. 기억에 대해, 이해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이런 작품을 꼭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