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벽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
[흐르는 강물처럼] (1993)
[흐르는 강물처럼] (1993)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출연: 크레이크 세퍼, 브레드 피트
고등학교 때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였던 브레드 피트만 보였던 영화였다. 대학 시절에도 이 영화를 좋아하는 주변인들이 많았고, 이 영화의 큰 브로마이드가 방의 한 벽면을 차지하기도 했다.
난 당시 비디오를 빌려보다가 중간에 자버렸고 대여기간이 만료되어 갖다주곤 했다. 즉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는 설명이 안 되는 채로 이 영화를 본 거인지, 못 본 거인지 설명하기 애매했던. 그 영화를 요즘 로버트 레드포드에 꽂혀 다시 보게 된 건 최근 내게 온 행운 중 최고!
내가 이 영화에 대해 기억하는 몇가지는 첫째, 스코틀랜드 향이 물씬 풍기는 배경음악과 어우러진 몬태나주의 강과 산들의 기암절벽을 담은 스타트 신. 저런 곳이 실제로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면 저런 곳이 천국일 것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만큼. 그 시작 장면이나 영화 곳곳에 깔려있는 몬태나의 강과 산을 제대로 보고파서 이 영화만큼은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
둘째, 아버지가 아들의 글쓰기를 지도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매순간 생각난다. 그 영화를 처음 접할 때가 국문학도였고, 지금은 국문과 소속 강사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직종에 있다보니. 그 장면은 내가 자녀를 키우는데도 일정부분 지침이 됐고 학생들을 대할 때도 영향을 주었다. 사랑이 넘치게 담아도 모자랄 누군가일수록 교육하는 자리에서는 엄격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것을. 난 이 영화덕분에 무서운 엄마이지만 사랑을 듬뿍 받기도 하는 엄마이고, 학생들에게도 그런 선생일거라 믿는다.
셋째,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로 그 장면. 폴의 플라잉 피싱 장면이다. 장엄한 몬태나의 산들 사이로 생기를 발하는 허공을 이리저리 플라잉하는 낚시 줄이 유유히 흐르는 활기차고 억센 강물 어딘가를 치고 들어가던 장면들. 폴이 그 강물과 혼연일체가 되어 흐르는 강물에 완전히 자신을 맡겨 강물의 흐름과 물아일체가 되는 바로 그 장면!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이라 할 것이다. 브레드 피트의 소싯적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소시적과도 닮아 있다. 단 브레드가 야성미 쪽이라면 로버트는 지성미 쪽이긴 하다. 브레드 피트의 야성적 자유분방한 매력이 아주 돋보인 영화이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보니 한편의 소설을 읽고 있는 기분이 드는 이 영화는 그만큼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도 많았다. 아버지인 맥클라인 목사가 했던,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벽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라 했던 그 말을 이 영화를 본 지 25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존경하는 노우호 목사님께서 설교중에,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죄입니다. 그건 내 맘 속에서 그 사람을 죽이는 살인죄이거든요."라 하셨던 바로 그 말씀이 얼마나 피를 토할 정도로 전해야 하는 말씀인지를 알겠다.
나도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근 25년을 미워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이해가 되는 것보다는 이해 안되는 게 훨씬 많고,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는 세상살이에서 누군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미워하느라 내 맘 속에서 그를 죽이고 내 마음 밭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나를 힘겹게 했던 그 악순환의 고리가 최근 내게 일어난 작은사건으로 인해 끊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미워하는 죄는 미움의 대상이 아닌 미워하는 주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는 걸 철저히. 주께서 미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를 위한 사랑에서 말씀이었음을. 그 미움의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랑의 헬리콥터를 타고 탈출하는 길밖에 없음을.
이제서야 23년의 미움의 미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작은 사건이 정리될 무렵, 다시 꺼내본 이 영화의 이 명대사는. 헬리콥터같았다. 완전히 이해를 못해도 사랑으로 포용하면 언젠가는 이해될 때가 있다. 그 때까지 미움으로 내 내면을 짓밟는데 허비할 건지, 사랑으로 내 내면을 채우며 더 크게 확장시키며 보낼 건지. 그건 선택의 문제.
사랑까지는 못해도 최소한 미워하진 말아야 하는 게 사람이다. 이제 미움이 떠난 자리의 뻘쭘함을 사랑으로 치료할 차례. 그러나 치료고 뭐고 없다. 그냥 놔버리는 즉시 편안해지는 거니까. 흐르는 강물처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