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지만 사랑해서 함께했던 삶.
The way we were](1973)
[The way we were](1973)
감독: 시드니 폴락
주연: 로버트 레드포드, 바바라 스트라이샌드 주연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고전 명작 영화 [The way we were]는 우리말로 [추억]이라 번역되어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번역은 정말 오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어 그대로를 명기했어야 했다. 아무리 사랑해도 길이 달랐기에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의 러브 스토리이다. 갈 길이 다르지만 사랑하는 감정으로 '우리'가 존재했었던 그 길을 그렸던 바로 "더 웨이 위 워"이다.
함께 갈 수 없었던 사람을 사랑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이상한 사랑. 너무나 끌려서 못 보면 안 될 것 같지만, 길이 달라서 어쩔 수 없이 물러서야 했던 사랑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할 아픈 사랑.
가장 잔인하게도. 남편을 너무나 사랑했던 여자가 했던 말을 그냥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남자는. 아내가 아이가 출산할 때까지만 있어 달라는 그 거짓말이 그를 붙잡고 싶은 맘이었다는 것을 일부러 외면한 건지, 아님 둔해서 못 알아챈 것인지... 그의 외면 혹은 몰지각이 아마도 그녀가 그에 대한 맘을 단념할 수 있게 한 결정타였던 것 같다.
남자는 이 사랑의 시작부터 이건 아니라면서도 끌림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녔고, 여성도 이 사랑은 위태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숨길 수 없었기에 그들은 시작했고 아프고 아프다가 끝나버렸다.
다시 시작한 각자의 사랑 속에서 그들은 평온해 보였으나, 다시 재회했을 때 그들의 눈빛이 참으로 서늘했다. 그들끼리 서늘했다는 뜻이 아니다. 보는 내가 서늘했다는 뜻.
의도하지 않게 결혼 전 연애 경험은 많았지만, 남편을 제외하고는 죄다 참으로 어려운 사랑들이었다. 연애를 많이 했다고 해서 연애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실의 산 증인인 나. 연애를 못하니까 쉽게 끝나버려서 연애를 많이 하게 된, 그러다 보니 무슨 연애박사라도 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연애 허당으로는 금메달감이다. 그중 마지막 연애에 성공해서 결혼을 한 케이스라 할 수 있으니. 가끔씩 이해도 안 되지만 잊어버리는 것만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었기에, 해결이고 뭐고 당장은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기에 묻어둔 미해결 X파일들 투성이가 내 소싯적 연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파볼 필요도 없고, 파볼 이유도 없고, 파볼 의지 혹은 호기심 내지는 에너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묻어둔 채로 현실을 충실히 사는 데 급급했던 나는 이런 영화들을 만나면 다시 미제 사건들을 들춰보는 계기가 된다고나 할까?
이 영화는 바로 그런 X파일에 대한 답이 됐던 영화였던 것 같다. 함께했던 길이 함께 해서는 안 됐던 길이었다는 역설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 그럼에도 잡고 싶은 인간의 여리디 여린 마음. 그 아집이 어떤 처참한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시간이 지나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렸을 때, 미안해질 주변의 누군가들에게 고개를 못 들 만큼의 죄책감으로 남아 그 모든 아집이나 감정들은 그 사랑이 끝난 후에도 자신의 올가미가 되어 얼마나 자신을 옭아맬 수 있는지를.
요즘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정말 꽂혀있는 중이다. 나이가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 배우인데. 이 분의 리즈 시절의 연기와 연출했던 작품에 매료되어 있는 중이다. 가히 대표작이랄 수 있는 고전 명작 [더 웨이 위 워]
아름다울 수도 있고, 아름답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랑의 문제를 이처럼 적나라하고 통찰력 있게 보여준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은. 단연 멜로 영화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남자가 어떻다 여자가 어떻다는 연애 골방 뒷 담화는 실전에서는 다 필요 없는 무의미한 메아리일 뿐. 이 영화의 케이티만큼만 솔직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절대적 고귀함이 훼손되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다들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이중적이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었고. 그래서 이 영화의 케이티가 진심으로 빛나 보였다.
케이티, 케이티.
이제야 알게 된 케이티를.
이젠 정말 사랑해버릴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