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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Jul 21. 2022

난 자리

나의 해방 일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당신이 하루 없어 보니 알겠다. 연년생들 등하교며 씻기고 먹이고 케어하고 집안 이곳저곳 쌓인 일들이 너저분하다. 사실 여기 오기 전부터 당신이 주부였지. 나 바쁘고 아픈 동안 홀로 다 헤쳐갔던 당신이 의지가 안 됐다니 말이야 막걸리야!

  앞으로 며칠이 더 이리 불편할까. 그래 놓고 뭘 믿고 이혼 생각을 했을까? 하루도 이리 불편하거늘. 홀로 애들 양육이며 살림이며 경제력까지 도대체 어쩔 요량으로 이혼을 부르짖었을까! 돌이켜보니 끔찍하다.

  아무리 아픈 아내라 했어도 어찌 인내했냐 물었더니, "'추앙'해서"라 대답하는 당신. 내가 최근 완전히 꽂힌 드라마의 명대사이기도 한 '추앙'.

  남편의 사랑은 신앙 같았다. 주께 하듯 주변인을 대했다. 특히 내겐. 내가 어찌 대하든 늘 한결같았다.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변인들 특히 가족은 어떠한 경우도 사랑한다. 주님을 향한 사랑이 신앙이라면 사람을 향한 사랑이 추앙이다. 남편은 내게 그리하며 이 아픈 나를 견뎌주었던 것이다. 몸도 맘도 아픈 나를 몰랐던 것도 아니고 다 알고 시작했으니 그냥 다 포용하고 감내했던 남편의 사랑. 추앙.


  충분히 나를 채워줬던 남편에게 내가 뭘 더 바랄까!

굳이 윙크하지 않아도, 오빠라 부르지 않아도, 일부러 데이트하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내 못난 부분 채워주느라 이리저리 바쁜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너무 간사하다. 진정 감사하다. 고맙다. 이젠 해방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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