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아프게 사랑하는 시기를 지나가는 것뿐.
부서진 사랑의 퍼즐 조각을 다시 쓸어 담으며
운전을 하고 다니던 사람으로서 서울은 참 깝깝하다. 내 차를 몰고 나와도 주차를 할 곳이 없으니 말이다. 웬만하면 대중교통이 갑이다.
버스를 타고 평일 낮 서울을 여유롭게 돌아다녀보니 알겠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소리와 화면으로 나의 내면을 매우 피곤케 하고 있었음을.
남이 운전해주는 큰 차의 뒷좌석에 앉아서야 비로소 보이던 서울 대로변. 장맛비로 후텁지근한 공기, 비는 내리는 소리만 시원하고, 차 안은 강한 냉방으로 춥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겉옷을 들고 다녀아한다는 조언을 체감하며 덜덜.
버스 타고 한 시간 거리의 D동 학원을 굳이 보내달라는데. 내가 이 한적한 시간에도 그곳까지 다녀오기가 이토록 버거운데 울 아들은 어찌 버티려는지! 하기야 입시설명회 들으니까 멀더라도 맡기고는 싶더라. 네가 걱정돼서 문제지. 학원비 벌려면 나 또한 더 열심히어야 하고.
결과를 예단하며 미리 겁먹진 말자. 너와 나, 일평생 중 한뜻 되어 의쌰의쌰할 수 있을 시간이 또 언제 있겠니? 힘내자, 우리 서로.
귀에 꽂은 이어폰을 걷어내고, 화면을 전송하는 스마트폰을 가방으로 밀어 넣어야 비로소 보이는 창밖 풍경. 그리고 거기에 조응하는 내 내면의 소리. 갱년기도 사춘기도 권태기라는 세 악기의 불협화음도 궁극적으로는 사랑의 사고였음을. 달콤한 사랑만 어찌 있겠어, 때로는 아픈 사랑도 있는 거지. 우린 단지 아픈 사랑을 할 시기에 묘하게 겹쳐져서 쓰나미가 왔을 뿐이었다 생각하자. 하나하나 주워 담으며, 부서진 사랑의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