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길에서 본향을 기리며

충남 아산시 염치읍 곡교천변 은행나무길

by 집밖 백선생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을 명소라는 말은 들었어도 천안에서 산 지 4년이 다 되어서야 가봤다. 끝물이긴 해도 역시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었다. 이 동네가 참으로 숨겨진 명소가 많은 곳이긴 하다. 내가 정을 못 붙여서 그렇지.

여기 처음 왔던 해 큰애가 학교폭력을 당했고, 애들 때문에 1층을 선택했는데도 2층에서 시끄럽다고 수시로 내려오고 망치로 천정을 수시로 깨부시는 폭력을 당한 곳. 내겐 이 동네가 그런 곳이다. 도무지 정을 붙일 수가 없었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있었던 곳인데, 결혼 후 가장 오래 있는 곳이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이다.

남편 직장이 이동이 많은 곳이어서 거의 2년 단위로 움직였다. 늘 뜨내기 같았고 정착이 없었다. 대전이 고향이나, 도시 삶이 늘 그렇듯 내가 고향이라 여겼던 집 주변은 너무 바뀌어서 옛 흔적은 거의 없고, 부모님 사시는 곳은 내 결혼 후 이사하신 곳이다 보니 친정이라 해도 내가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집이다. 따라서 난 고향이 없다.

맘 붙일 장소가 없이 늘 허공을 떠돌아다니는 내 향수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아토포스 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한 때 그렇게 장소나 고향에 집착했던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모두 다 씻어버린 지금에 와서야 빈 하늘이 꼭 내 집 같고, 맘 붙이고 정 붙일 곳 없는 이 땅에 밭 붙임이란 처절한 외로움이라는 자각밖엔 없다.

누구의 말처럼 내 기본 정서는 외로움이 맞다. 사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혹독한 외로움. 그래서 난 하늘이나 자연, 풍경, 그리고 이 놀라움을 경험케 하신 하나님께 더욱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가을이 선사해준 이 노란 나라 속을 걸으며, 가을의 옅어진 햇살을 바라보며, 구름 낀 가을 하늘 저 어디엔가 있을 내 본향을 그린다. 그곳에서는 이렇게 외로울 일도, 없는 고향을 향해 떠다니는 마음과 불안도 다 해결이 될까? 어느 차원이길래 내 주께서는 그곳을 말해주신 걸까? 어쩌면 그곳에서 더 좋으려고 이곳에서는 이토록 아픈 것 일는지도. 이곳이 전부가 아님을 이렇게 인지시키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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