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화자는 어느 해인가 여름에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다가 그 여름의 끝에 애인과 헤어졌을 것이다.
더해가는 차가운 기운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쓸쓸했겠고, 그와는 반비례된 마음의 온도는 헤어진 애인을 향해 여름처럼 뜨거워 시간을 거슬러 그 여름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달려가도 이젠 없는 애인의 자리에 앉아 뜨겁게 달궈진 맘을 혼자서 오열로 토해냈을 것이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상해 가는 자신이 스스로 비참하여 이 잔인한 가을 한 철만 아프리라,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리라 다짐의 다짐을 했으리라.
그러나 곁에 있던 애인이 없다는 상실감, 이젠 연락조차 할 수 없는 단절, 홀로 된 고립감.
더 잔인한 건 홀로 있는 내게 아직도 애인의 환영이, 애인의 목소리가, 애인의 향기가 떠나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느껴지고 있다는 사실. 애인의 향기가 나는 듯하여 뒤돌아보면 애인은 없고, 몸서리쳐지도록 보고파서 전화번호를 누르고파도 닿을 수 없는 혹독한 시간의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는 그때.
첫눈을 맞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라 토해내는 것이다.
백만 불짜리 가사이다.
아마 이 화자는 동토가 녹기 전에 돌아서려 다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봄바람이 불고 꽃피는 계절이 와도 그 감옥에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오고, 그 여름의 끝을 맞으며 그렇게 한 텀을 돌아본 후에야.
내 맘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실연의 상처는 내가 어찌하려 하면 할수록 더 나를 옥죄는 올가미이고,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욱 나를 빠져들게 하는 늪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놔버렸을 것이다.
맘을 놔버리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그렇게 숱한 계절을 보냈으리라.
그냥 하루하루 살며 어제보다 조금 더 잊은 오늘, 오늘보다 조금 더 잊는 내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