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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밖 백선생 Nov 23. 2021

첫눈

[내일을 기다려](1992) 김준기 작사 작곡/ 박강성 노래

첫눈만 내리면 박강성의 <내일을 기다려>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

그리 노래하던 시적 화자는 올해 첫눈 내리는 오늘은 떠나보낸 이를 잊었을까 싶은 게...

그 노래 화자는 어느 해인가 여름에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다가 그 여름의 끝에  애인과 헤어졌을 것이다.

더해가는 차가운 기운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쓸쓸했겠고, 그와는 반비례된 마음의 온도는 헤어진 애인을 향해 여름처럼 뜨거워 시간을 거슬러 그 여름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달려가도 이젠 없는 애인의 자리에 앉아 뜨겁게 달궈진 맘을 혼자서 오열로 토해냈을 것이다.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하고 상해 가는 자신이 스스로 비참하여 이 잔인한 가을 한 철만 아프리라,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리라 다짐의 다짐을 했으리라.

그러나 곁에 있던 애인이 없다는 상실감, 이젠 연락조차 할 수 없는 단절, 홀로 된 고립감.

더 잔인한 건 홀로 있는 내게 아직도 애인의 환영이, 애인의 목소리가, 애인의 향기가 떠나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느껴지고 있다는 사실. 애인의 향기가 나는 듯하여 뒤돌아보면 애인은 없고, 몸서리쳐지도록 보고파서 전화번호를 누르고파도 닿을 수 없는 혹독한 시간의 감옥에서 썩어가고 있는 그때.

첫눈을 맞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라 토해내는 것이다.

백만 불짜리 가사이다.

아마 이 화자는 동토가 녹기 전에 돌아서려 다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봄바람이 불고 꽃피는 계절이 와도 그 감옥에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오고, 그 여름의 끝을 맞으며 그렇게 한 텀을 돌아본 후에야.


내 맘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실연의 상처는 내가 어찌하려 하면 할수록 더 나를 옥죄는 올가미이고, 빠져나오려 하면 할수록 더욱 나를 빠져들게 하는 늪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놔버렸을 것이다.

맘을 놔버리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그렇게 숱한 계절을 보냈으리라.

그냥 하루하루 살며 어제보다 조금 더 잊은 오늘, 오늘보다 조금 더 잊는 내일을 기다리며..



올해 이 첫눈을 맞는 그대는 이젠 잊었는가, 아니면 더 많은 "내일"이 필요한가...

나 또한 내일을 기다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내일을 기다려>(1992) 작사 작곡: 김준기, 노래: 박강성


잊어야 한다고 눈을 감으면

가까운 빛으로 다가오는 것을

낙엽이 지기 전에 돌아서려니 벌써 눈이 내리네

하지만 어쩌다 그리울 때면

지나간 날들을 사랑이라 여기고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달래며 잊을 수는 없을까

아는지 모르는지 웃음만 보이던 그대가

커피 한잔의 추억은 아닌 거야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슬픈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채

또다시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아는지 모르는지 웃음만 보이던 그대가

커피 한잔의 추억은 아닌 거야

이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슬픈 사랑의 비밀을 간직한 채

또다시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내일을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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