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엊그제처럼
2018.06.08. 일기 중에서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난리 때 이야기를 해주시면, (할머니는 6ㆍ25. 한국전쟁을 '난리'라고 지칭하셨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 같았다. 1950년부터 2018년까지 총 68년.
그중 절반은 34년. 지금부터 34년 전은 1984년. 난 그때 초등학교 2학년. 큰애 정도 될 때. 그때도 할머니께서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난리 이야기를 해주셨다. 말도 말라면서 계속 말하셨다. 초2 때가 난 아직도 생생하다.
대전시 동구 가양동의 우리 집. 앞마당에는 방울이가, 뒷마당에는 나비가, 베란다 밑에는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들이 '뭐든 잘 키우는 마이더스의 손을 지니신' 아버지의 보살핌으로 닭들이 된 채 돌아다녔다. 셋방 살던 아주머니께서 키우시던 새장 속의 노란 새 두 마리. 꽤나 큼직했던 화단은 죄다 아버지께서 갈아엎어서 채소밭이 되었고, 난 왠지 모르게 그게 창피했었지. 그래도 키 큰 소나무, 이 맘 때쯤 절정을 이룬 붉은 장미나무, 앵두나무만큼은 남겨놓으셨다. 봉숭아 물들이고 싶어서 학교 앞 문구점에서 봉숭아 씨앗 사와 몰래 심었다가 노랗게 낀 진딧물에 경악하여 이후로 다시는 식물을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던 트라우마를 내게 준 화단이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다 엊그제처럼 기억난다.
가끔 그 당시 즈음 대학교를 다녔던 선배들을 만나면 마치 엊그제 이야기하듯 34년 전의 추억을 말한다. 우리 할머니께서도 그런 느낌으로 어젯말 하시듯 난리 이야기를 하셨지. 지금도 살아계시다면 그리 말씀하실 것이다. 90세 할머니께서 70세 큰아버지께, "네가 언제 그리 컸냐?"라는 기록적 명언을 남기신 분이셨으니! 즉 68년도 우리가 아직 다 못 산 시간이라 그렇지, 막상 살고 보면 정말 짧은 시간일 터.
내가 하고픈 말은, 전쟁이 생각보다 굉장히 최근에 일어났던 일이라는 점. 지금 강단에서 IMF 이야기하면 학생들은 죄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인 줄 안다. 올해 새내기들은 1999년생. 즉, IMF 터져서 전 국민이 죄다 집에 있는 금들 다 들고 와서 빚 다 갚고, 주가가 마구 올라가서 경기를 회복하던 시기에 태어난 애들이다. 난 아주 생생했던 시기인데, 얘네들에겐 태어나기 전이니 뭐 단군할아버지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미 과거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니 다 끝난 일이고 지나간 일이라 말하지 말라. 최근의 일이고 오늘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는 일이니! 우리가 엊그제 같다고 말하는 그 과거 속에 지금도 엊그제같이 있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