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go
버티고 버티다가 백신 접종 예약했다. 반사회적, 혹은 반정부적인 성향이라 백신을 거부한 건 아니다. 특히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 설레발을 치는 가짜 뉴스들인 즉 백신이 악마의 숫자라는 논리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의 내 낯을 뜨겁게 만들기도 했던 터라, 백신을 안 맞은 크리스천이라 하니 나를 그런 쪽 사람으로 보는 시선도 불편했다.
백신에 악마의 계교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악마의 숫자인 666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666을 사람 몸에 심는 날이 성경에는 반드시 온다고 예언되어 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아직 이루어져야 할 예언들이 하나도 일어났다. 세계 대전, 세계 대기근과 혼란, 소행성 충돌, 세계 정부와 적그리스도 출현이 있어야 한다. 적그리스도는 중동의 오마르 사원이 이스라엘에 의해 무너진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고 나서 나오는 것이 666을 사람 몸에 심는 것이다. 그 이후에 혹시 백신 혹은 칩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사하는 형식의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이 666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중 아직 아무것도 일어난 것이 없다. 따라서 지금의 코로나 백신을 갖고 666이라고 떠드는 기독교인들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요한계시록을 아는 크리스천이라면 지금 코로나 백신을 666으로 보고 백신을 거부하는 태도는 짐짓 기독교인을 반사회적 단체, 반정부적 단체로 보면서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고립되는 경솔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 한다. 지금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고립될 때가 아니라 나아가 전도할 때이다. 성경에 따르면 아직은 666을 심을 때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백신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개인적인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원래 허약 체질이기도 했지만, 갖고 있는 질환도 있어서 이로 인한 부작용이 혹여 내게도 일어나서 사경을 헤매거나, 혹은 사망을 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어쩌나...
사실 내가 독신자라면 별다른 주저 없이 맞았을 것 같다. 아니, 신랑과 단 둘이었어도 백신을 맞았을 것 같다. 그러나 내겐 맡겨진 아이들이 셋이나 있다. 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내가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혹시 내가 잘못되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될 것 같은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해가 되면서 염려를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내 생명 주관하시는 이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내게 아이들을 셋이나 맡기신 그분께서 나를 살리실 뜻이면 살리실 것이고, 내가 여기까지라면 그 역시 주의 뜻인 것이다. 내 생명, 내 삶, 내 아이들, 내 가족들.. 그 하나 온전히 내 것인 것이 어디 있었던가! 오로지 그분께서 허락하신 것 잠시 빌려서 누리는 것뿐인 것을...
이렇게 주님께 맡기니 마음은 편해진다. 그래서 백신을 예약했다. 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아파도 방학 때 아픈 게 나을 듯하다. 두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렛 잇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