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 스토브

by 집밖 백선생

이삿짐 정리하다가 나온 보물 2호. 작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요거로 불멍 하는 거 보고 부러워했더니 여름에 남편이 캠핑용품점에서 구해준 우드 스토브.

여름 캠핑에서는 이거 때우기는 너무 더워서 못하고 치워뒀는데 이삿짐을 싸다 보니 이게 튀어나온다. 버리려는 걸 서재에 갖다 놨더니 인테리어 효과 좋다. 서가의 나무와 세트처럼 보이는 우드 스토브. 발받이로도 좋고 무엇보다 예쁘다. 올 겨울에는 요거 뗄 수 있을까 기대했더니 파묻혀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또 계절이 바뀌려 한다. 매 2월마다 연례행사인 병산서원 답사도 여태 못하고.


어린 시절 시골 큰집에 가면 늘 저녁 무렵 도착을 했다. 할머니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아궁이에 군불을 때시다가 내가 가면 안아주시곤 했다. 아궁이 군불이 비추던 할머니의 수건 쓴 옆얼굴이 아직도 그윽하고 아련하다. 할머니가 안아주시던 품에서 새어 나오던 장작 타는 냄새. 지금도 교외를 드라이브할 때 늦가을 간혹 그 군불 냄새가 잦아들면 차를 받쳐놓고 한참을 서있다 간다. 내게 군불 냄새는 할머니 냄새이다. 그립지만 닿을 수 없는 할머니.

내겐 지금 돌아가시고 안 계신 할머니처럼 못 견디게 그립고 보고프지만 닿을 수 없는 것이 많았다. 10년간의 풋사랑, 초등학생 시절 피아노, 고등학생 시절 음악의 꿈 등.. 내 것 아니라 닿지는 못하지만 맘 속 세상 어딘가에서는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인연들. 이미 사무쳐 내 몸 혹은 살의 일부인 듯 그렇게 두고 품고 사는 맘 속 세계의 소중한 열망들. 그 중심에 할머니가 계신다.

여기에 우드 스토브도 추가. 저걸 어디서 피워 불멍을 할까나? 캠핑장에서는 장작으로만. 저 우드 스토브는 저 모습으로 평생 두고 품으련다. 내 서재의 주인공인 것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