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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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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경 Jul 05. 2020

고양이와의 상생

엄마와 고양이들

내가 키우는 고양이 아니야

  엄마는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냥 배고파 하니까 밥을 주는 거고, 목 말라 하니까 물을 주는 거고, 집이 없어 추우니 아이스 박스를 엮어 아파트를 만들어 주는 것 뿐이라 말씀하십니다. '절대' 키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곳은 고양이들에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입니다.

  

  고양이들은 항상 엄마 주변을 맴 돕니다. 엄마 주변에서 배 까고 빵굽고 잠자고 쉽니다. 그렇다고 만지게 하지도 않고, 비비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항상 엄마를 바라봅니다. 엄마 곁에 있어야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 같은게, 낯선(?) 동물이 다가오면 엄마가 다 지켜주거든요. 진짜 집고양이도 아닌데 저러고 자도 되나 싶을정도로 늘어져서 잡니다.

  야생의 고양이는 배 부분이 약하기 때문에 함부로 까고 자지 않고, 또 언제나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앞 다리를 안쪽으로 넣는 빵굽는 자세도 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런데 엄마가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저 고양이들은 세상 편한 자세를 하고 자고 뒹굴고 합니다.

상생

  고양이들은 엄마에게 어려움이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합니다. 다른 고양이랑 싸우고 와서 다리 살점이 너덜너덜해진 얄미는 치료해 주는 엄마의 손길을 받아 들였습니다. 미미는 무언가를 먹고 갑자기 고양이별로 떠났는데, 죽기직전 숨겨 두었던 새끼들을 엄마 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갔습니다. 예삐는 세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중 가장 부실해 보이는 쭙쭙이를 엄마에게 쿨하게 키우라고 주고 갔습니다. 그래서 그 쭙쭙이를 제가 키우고 있지요.... 똘이는 뱀에 물려 일시적 하지마비가 되었는데, 움직이지도 않는 다리로 새끼들을 물어다 엄마에게 돌봐달라고 했습니다. 똘이는 그 후 이틀 뒤에 아궁이에서 발견이 되었고, 엄마가 제공하는 특식을 먹고 지금은 완쾌가 되었습니다. (똘이는 잡히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 갈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고양이들은 엄마를 도와 줍니다. 전원주택이라 뱀도 살고 두더지도 살고 쥐도 삽니다. 그런데 고양이들은 쥐도 잘 잡고 두더쥐도 잘 잡고 뱀도 잘 잡습니다. 새는 좀 안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꼭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로 엄마에게 가져다 줍니다. 그리고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 봅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고양이가 인간에게 행동을 하는 이유로 몇 가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사냥을 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사냥을 가르치려고 겨우 목숨만 붙은 생물을 가져다 준다는 의견도 있고, 선물이라는 의견도 있고, 자기는 맛있는 사료 먹고 맛없는 건 인간에게 준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정답은 고양이만 알고 있겠지요? 어쨌든 엄마아빠에게 도움이 되니 참 기쁜일 이에요.

  그러고 보니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긴 하네요. 엄마와 고양이는 그냥 친구입니다. 62살 차이나지만 그래도 친구. 그것도 아주 친한 친구. 

고양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서 꿀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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