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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Jul 29. 2021

영광과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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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과 반칙. 


날이 좋았다. 아침부터 맑은 공기에 푸른 수목의 향기가 나의 시선과 코를 자극했다. 이런 세상에서 조금 더 살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일언 중천금이라, 한마디의 말은 천금의 무게와 같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러 나는 출발한다. 


낭만의 시대, 나의 로맨스가 끝나는 시간이다.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여, 오늘 나의 죽음이, 그대를 위해 죽어갈 내 친구들의 목숨이 부디 씨가 되고, 싹이 되기를 바란다. 어둠은 결국 물러날 것을 알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이 길을 걸었다. 


내 피로 만들어진 손바닥 모양의 도장. 언젠가 이 깃발이 자유롭게 펄럭이게 되는 날. 나의 영혼도 함께 그곳에 있으리라. 이미 수천, 수만의 동지들이 적의 총발아래 사라져 갔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다. 


악의 기운으로 뭉친, 거대한 암흑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동토의 여명을 띄울 그 날이 바로 오늘이다. 그날이 온다면 그 날이 바로 오늘이 되리라! 


죽고 죽어, 백토가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사라진 이름마저도 바람 속에펄럭일 순간. 

그 오랜 옛날. 브루투스를 외치던 카이사르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그리 믿었고, 오래 믿었던 네가, 어찌하여. 

오래보아서, 괜찮다 했는데

자세히 보아서 좋다 했는데.


너는, 그렇지 않았구나. 

나는 너를 봤다 했는데.

너만 나를 보고 있었구나.

나는 너를 우리라 생각했는데,

너는 우리를, 그들이라 했구나. 


그래도, 내가 쓰러져 뿜어내는 이 피의 진함에 너는, 

우리가 흘리는 피대신, 피같은 눈물이라도 흘려가는 구나. 


살아서 만나지 못하고, 죽어서도 보지는 말자. 

이 세상 끝에서라도 우리는 보지 말자. 


내 뒤에는 너 밖에 없지만, 네가 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보지 않았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다른 밀정일것이니.

사랑하는 나의 동료야.


네가 우리 가는 여명의 길에 함께 오르지 않은 건 단지. 

바다를 탐내하는 강물이, 조금 다른 길을 통해 돌아가는 길일테니.

만으로 펼쳐진 바다 앞에서, 

우리는 곧 만나겠지. 


그래 그때, 내 오해가 풀려서 서로 얼싸 않고 좋다하며

겨레 담은 아리랑 불러보세. 

목청 떨어져라 불러, 내가 쌓은 오해 풀고,

맺힌 한이랑 모두 녹여봅세.


이 바닥에 흙린 붉은 결에

네 마음이 흔들려, 같이 붉어져 보기를.. 


나 가는 길 애써 감은 눈. 

네 눈을 뜨게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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