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한 Nov 18. 2021

<키워드 글쓰기 -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글 

그럼에도 불구하고_백민규 


분명 맑을 거라고 하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인줄은 몰랐다. 청량하다 못해 저 하늘 위에 우주라는 게 다 보일 정도였다. 


“벌건 대 낮에, 별들이 보이다니 허허”


일부러 짓눌러쓴 갓을 살짝 올려다 하늘을 쳐다본다.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였던 사람들이 저마다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이 노하다 못해 이제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내비치는 구나..”


밤하늘의 전유물이었던 별들이 대낮에도 빛나고 있었다. 태양이 빛을 잃은 것도 아니었다. 햇빛은 쨍쨍하다 못해, 사람들의 수분을 쥐어짜듯 내리째고 있었다. 


“나라가 망할 징조라도 되는 거처럼..”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떡이든 엿이든 돌리든 아이들은 그날따라 많은 음식을 나눠먹었다. 


어른들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아이들은 그저 자신들에게 별 관심 없는 어른들 몰래 자신의 벗들과 나눠 먹을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꺼내왔던 탓이었다.


어느 한 아이는 유난히 자신의 머리를 쓸어담으며, 한 번 얼싸안고, ‘아이구야, 아이구야’ 마치 사람이라도 죽은 거처럼 대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유발되어 질문을 던졌다.


“누가 죽었어요?”

“아니..”


그저 눈물을 흘리며 아이를 감싸 안는다. 어제까지는 분명 대한의 자라나는 새싹이었는데, 이제는 일제의 노예가 되었구나. 차마 그 한 마디를 전하지 못한다. 전한다고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할 나이였으나, 그 한마디의 말이 무거워 전하지를 못한다. 


“칠천량에서 모두 죽어도, 결국 되찾은 나라다.”


칠천량의 호국영령들이 되 살아나 곡이라도 하는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들렸다. 


“신미년의 침입해도 끝까지 저항했던 나라라고!!”


신미년의 호국영령들 역시 나타나 울분을 토해냈다. 


“삼전도에서 일어난 그 울분에도 참고 버티고, 지켜낸 이름이다”


그 강하디 강한, 대륙의 강자인 청도, 당도, 원도 결국은 포기했던 멸망의 길이. 내부의 손에서, 그것도 가장 큰 어른이 될 재목을 가진, 이 나라의 유일하게 깨어있는 충신으로부터 시작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에게 동조한 한 흰수염 지긋한 어른이 자신의 집안에 들어온다. 자신의 집이었으나, 왠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나라가 멸망한다고 해도, 무너지지 않는 기세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있다. 


계승되어온 의지는 스스로 일어난 의병들처럼 다시 한 번 반도의 전체를 뒤집을 지어다. 그 첫 번째 기세가 지금 일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펑.”


하고 쏘아진 총은 일부러 빗 맞춘 것일까, 실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간신히 자신의 자식이 쏜 총알을 빗나간 아버지는 자신이 나라를 멸망하게 하는 문서에 싸인을 할 때 보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쏜 자식을 쳐다보았다.

 

“네 이놈!!”


나라를 먹으려는 이들에게 그렇게 큰 소리를 쳐 본 적이 있는가, 자식은 아비가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비도 죽일 수 없었고, 나라도 잃을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귓등 위에 총구를 가져간다.


“너너너너!!!”


아비는 자신을 쏘았을 때 보다 더 분노하고 놀라 서둘러 자식에게 다가간다. 상이 엎질러져 앞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앞으로 쏟아진다. 어떻게든 하나뿐인 자식의 죽음은 막아야했다. 


“제가 아니라, 나라의 멸망을 막으셨어야지요..”


전하지 못할 말을 전하며, 자식은 결의에 가득찬 굳은 결심으로, 자신의 혼이 살아있음을, 이 나라에 충혼이 아직 불타고 있음을 총구의 불꽃으로 증명해낸다. 


이에, 분노와 후회가 이르러 온 아비는, 그제야 나라를 잃을 때 했어야했을 눈물을 바닥에 적신 핏물과 함께 흐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시대의 물결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꽃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반도를 넘어 세계에 대한의 혼이 아직 있음을 알리고 알렸다. 그 후 백년이 조금 넘은 후에는, 마침내 세계의 모두가, 우주 밖 지구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도 느끼고, 보일 정도의 결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거진의 이전글 <키워드 글쓰기 - 야한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