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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0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기도했다. 유력에서 확실. 그리고 당선 확정이 되기까지 바뀌는 순간, 투표율 차는 겨우 0.01%였다. 도대체 몇 표 차인지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숫자였다. 이렇게 적은 숫자의 격차라니.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어느 누구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그야말로 전쟁의 축소판과 다름이 없었다.
양 쪽 대선 후보 주자들 뒤에는 외교관계가 맞물린 각 국의 인사들과 더불어 기업들마저도 편을 가르고 싸웠다. 죽는 이 없는 전쟁터와 마찬가지였다.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그랬지만 이제부터는 어따ᅠ갛게 될지 몰랐다. 권력의 독점화는 이전에 비해서 없어졌다고 했지만, 과연 이렇게 과열된 전쟁터의 뒤에는, 그보다 더한 지옥이 기다리지 않고 있을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더욱 치열했던 대선이었다.
두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도중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그 소리에 덩달아 나도 천천히 눈을 떠 화면을 바라보았다. 당선확정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옆에 있던 승리와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이겼다!!”
옳고 그름의 싸움이었다. 생각보다 그르지 않은 사람들의 반격이 거셌다. 이제는 그놈들 다 죽여버려야 된다.! 이 나라를 좀먹게 만든 나쁜 놈들을 이 기회에 싸그리 청소해버려야 했다. 소련보다 강한 피의 숙청이 필요한 시기였다. 앞서 이루지 못한 쓰레기들의 청산이라는 업적의 순간이 다가 온 것이다.
곧 대통령 당선인이 이곳으로 온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그의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광장이었다. 이제 2개월 후면 대통령이 되어, 이 나라의 정의를 옳게 세워줄 그 사람이 오는 것이었다.
환호하며 기다렸다. 날씨마저도 이제 겨울이 끝나고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한 새싹들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는 봄이 찾아올 시기였다. 초대하지 않은 황사마저도 이번에는 가라앉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풍경들이 매우 아름다웠다. 배산임수의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수도 서울의 아름다움은 달에서도 보일 것만 같았다. 뒷면을 보여주지 않는 저 달이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그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가 왔다.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어떤 말을 꺼낼까 궁금했다. 정의의 시작이었다. 그가 광장의 무대,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었다.
우수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이었다. 빛이 먼저 번쩍이고 천둥이 치는 정도의 격차였다. 들리지 않았던 발포 소리였다. 한순간에 마이크에는 그가 밝힐 뜨거운 당선 소감 대신, 붉은 핏물과 함께 살결이 터져 나오는 소리가 담겨 사람들의 귀를 막게 했다.
주변에선 같이 온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반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얼어붙었다. 겨울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의가, 시작되려는 찰나였는데, 눈앞에서 그 시작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분노가 차올라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내 눈물과 같이 그의 몸에서는 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흩어져있었다. 주변에선 경호원들이 달려오고 있었고, 그들은 다시 이어진 총성에 쓰러지고 있었다.
“안돼!!!”
남은 총알이 많을지, 주변의 경호가 많을지 모르겠지만, 무대에 가까이 있었던 나는, 내가 죽더라도 그가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로 달려나갔다.
정의가,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