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글쓰기 ' 살인 '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기억이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두 눈앞에서 잃었다면, 그 시간은 분명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봤다면 그 역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몇층에서 떨어지면 죽을까? 그런 고민을 하는 게 정상은 아니지”
장대비가 거세 피 냄새가 더 고약한 느낌이었다. 난도질당한 시체를 앞에 두고 담배를 물고 있는 준수는 두 눈이 파인 사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의 몸 안에서, 보이지 않은 채 기능해야하는 장기들이 바깥으로 튀어나와 괴이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형, 하지마!!”
같은 시간, 몇 분 차이로 정해진 형과 동생. 준석은 사체를 여러 찔러 봤다. 장기에 혀를 가져가 맛을 보고 씹어보고 퉤 뱉어내고 있었다.
“아쉽네. 밀어버리려고 했는데. 궁금했는데. 실험도 하고 있었는데”
차마 믿기 힘든 말을 꺼내고 있는 모습에, 준수는 벌벌 떨면서 조심스럽게, 무겁게 짓눌린 입술에 힘을 주었다. 며칠 전부터 고양이며, 강아지며 온갖 동물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견됐던 이유, 그 흉악의 원인이 자신 앞에 있었다.
“하지 말라고!!”
“준수야, 너도 해볼래?”
막 열 살 하고도 두 살을 넘긴 준석은 준수에게 서로가 아버지라고, 서로가 어머니라고 불렀던 사람의 살을 파고 뼈와 부딪쳐 날이 센 칼을 내밀었다.
“아니면, 너도 똑같이 해줄까?”
준수는 겁먹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준석을 피해 뒷걸음치다 넘어졌다. 두 시체에 칼을 꽂아 넣은 준석이었지만, 사실은 한 사람만을 죽였을 뿐이었다. 엄마를 죽인 아빠를. 그것은 복수이면서 살인이었다.
“그만해 형, 제발!”
피범벅이 된 바닥, 바닥에 미끄러져 발버둥 치는 준수, 그때 살려달라고 애원 할 때는 열리지 않았던 문을 누군가 밖에서 두드린다. 왜 사람들은 안에서 두드릴 땐 아무도 관심이 없을까. 밖에서 두드린다고 꼭 열어줘야 하는 걸까?
“계십니까?”
그렇게, 준석의 손에 죽을 뻔한 준수와, 그리고 형제자매들은 구출되었다. 준수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 형, 동생에게 피해를 줬다는 맞지만 틀린 기사가 생성되면서였다. 당시 세상을 뜨겁게 달구던, ‘무법도’에 가장 어린 나이로 갇혀가게 된 준수.
인권을 박탈한 인간들을 모아놓는, 말 그대로 가서 죽으라는 범법자들의 유배지였다. 무법도에 갔다는 사람의 소식은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외에 어떤 소식도 무법도에서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만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이 처음으로 전해져왔다.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이었다. 특수전담반이 꾸려진 건 그 무법도에서 처음으로 들여온, 살아 남은 사람에 대한 소식이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천혜의 요새라고까지 불리며, 알카트라즈 보다 더 흉측하고,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신을 형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만든, 자신의 쌍둥이 형, 준석.
그가 준석이라고 알고 있는 건 준수 자신밖에 없었다. 형제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일급비밀이었으니까.
“아는 사람입니까?”
“모를 수가 있나, 한 때는 내 전부였으며, 또 내 전부를 뺏어간 사람이니까”
준수는 담배를 물며, 자신의 가족 이외에 난도질당해 살해당한 주유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런 장면은, 미국 영화에서나 볼줄 알았는데.”
준수를 따라온 조수가, 아연실색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
“선배, 담배 필 건 아니죠?”
“불을 붙여야 연기가 나지.”
“아니, 그러다 신고들어와요”
“신고가 들어와서 우리가 여기 있잖아”
후배의 조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을 붙이는 준수였다.
그때처럼 벌벌 떨지 않는다. 그때 품은 작은 불씨하나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잃은 가족에 대한 복수는 할 수 없을지라도, 더 이상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 불화살이 되어 쏘아졌다. 그렇게 대한민국 최고의 검거율을 자랑하는, 형사가 된 준수였다.
“두 번 다시 못 볼줄 알았는데”
자신과 꼭 닮은, 그러나 겪어온 세월이 달라 조금은 달라진 준석의 얼굴이 TV 속 화면에 띄워졌다. 준석이 데려온 건지, 같이 달아난 것인지, 어쩌다 사고가 함께 터진 것인지 모를 일이었지만, 무법도를 탈출한 비인권의 사람들, 인격이 박탈된 무법자들과 함께였다.
담배를 문 채 연기를 내뿜는 준수.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