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선인장

키워드 글쓰기.

by 라한

생일 선물로 받은 선인장은 참 귀여웠다. 두 팔을 거꾸로 된 기억과 정자 니은 자로 들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은 참 아담하고 귀여웠다. 가만히 있어도 잘 크겠지 싶었다. 그러나 생각과 반대로 선인장은 나와 오래 동행하지 못했다.


나는 원래 알고 있던 얇은 지식만으로 선인장을 대했을 뿐이다. 적당히 줬다고 생각하는 물이 너무 많이 줬던 건지, 햇볕이 부족했던 것인지 선인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 곁을 떠났다. 그 집안에서 어쩌면 나를 제외한 유일한 생명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떠났다. 미안했다.


처음에는 팔이 한쪽이 떨어지더니, 다시 팔 하나가 쏙 떨어졌다. 선물로 줬던 사람에게 잘 자라고 있다고 사진을 찍어 보내려고 하다가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냥 선인장 키우고 싶다고 지나가듯이 말했던 말, 부담되지 않는 선물의 선인장이었던, 이름도 그냥 사람과 같이, 그냥 선인장이었던 그 화분은 그렇게 두 달 남짓한 시간만을 나와 같이하며, 공유되는 기억도 별거 없이 세상에서 저물었다.

하늘볕의 노을은 긴 그림자를 형성하기라도 하는데, 우리집에 동거하러 온 식물인 선인장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처음에 팔이 하나 뚝 떨어졌을 때 내게 충격 하나를 덜컥 선물할 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선인장 하나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꼬리표가 달렸다. 그러나 그냥 가만히 둔다고 잘 자랄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어느날 식물을 좋아하는 어른이 내게 식물을 키우는 이유를 말했다.


식물들은 있는 그대로 돌려준다고, 애정을 준 만큼, 관심을 준 만큼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고 그대로 준다고. 그 방식이 조금은 다른 이름이 다른 식물들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선인장에 아무것도, 아니 오히려 많은 물을 주었다. 이 정도는 주어야겠지? 라고 나 혼자 생각하면서였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인터넷에 한 번만이라도 선인장 키우기라는 검색을 해봤으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였다.


작은 일이었지만, 작지 않게 해석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만드는 교훈을 배웠다. 나는 선인장에 과한 물만 주었을 뿐인데, 한마디로 물 먹였는데, 선인장은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인생의 도움이 될 교훈을 주고 사라졌다. 어쩌면 그 선인장으로선 그 일이 꽃을 피우는 일과 동급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빛을 밝히는 촛불과 같은 선인장이었다. 덕분에 나는 꽃도, 불꽃도, 마음속에 심을 수 있었다. 이 빛이 피어나는 날, 나는 그 선인장을 떠올리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선인장이 내게 심어준 희망 하나는 내가 인지하지 못한 시간에도 내가 살아가 숨 쉬는 모든 날, 그러다 겨우 피워내는 날. 실재하는 두 달을 넘어 이생을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