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아는 척, 다 아는 것처럼
1%도 알지 못하고
[아는 척, 다 아는 것처럼. _(1%도 알지 못하고)]
어른이 되면 알게 되는 건 줄 알았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하고 다시 두 삶으로 갈라질 때가 돼서도 온갖 이별의 이유가 기척을 해도 온 힘 다해 듣지 못한 척하여 외면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름도, 결국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만을, 좋은 이별이란 건 세상에 없다는 사실만 알아차릴 뿐이었다.
사랑의 시간과 이별의 시간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별은 벌써 저만치 지나쳐 갔지만, 아직도 사랑은 그대로여서 그림자처럼 너를 만들어 낸다. 이미 사라진 너는 내 영혼 속의 일부가 되어 남은 생을 함께 할 듯하다.
평생이 죽음의 기척과 함께해서는 두 별이 되어버린 우리의 사이가 온전히 블랙홀처럼 타오르기만 할 때 그때 기적은 다시 산불처럼 아주 우연히, 아주 작은 불씨로 시작되고는 한다.
“좋아해요.”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다시는 하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단어들이 말로 전하고, 전해지고. 마음으로 번져 오를 때. 어떤 사랑이었는지, 우리가 할 사랑이 어떤 모양이 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다 하여 다시는 쓰지 못할 줄 알았는데, 다시 타오르는 온 몸으로 타오르는 촛불처럼, 검게 붉어져머린 우리의 마음은 이미 서로를 밝히고 있었다.
다시는 이별 하지 않기 위해,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는 어린 맹세는, 운명 앞에서 고개를 숙인 오이디푸스보다 처량해야 했지만, 헤라클로스의 기세보다 단단했고, 리처드의 별명으로 불린 사자보다 웅장했다.
이카루스보다 높게 날 수는 없겠지만, 로미오보다는, 줄리엣처럼 실패하지 않는 성공된 사랑을 위해,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깨닫는 전래 속 이야기들처럼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적을 만들어 오래 전해질 전설을 새기고, 오래 전승될 신화를 만들 기세로, 삶의 이유를 만들어내는 무한한 에너지.
전부 아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다시 시간을 가져보자는 나와 같은 줄 알았고, 같은 길을 걷는다 생각했던 상대의 말은, 다시 모든 걸 미궁으로 만든다.
한 마디에 사랑이 되고, 두 마디에 이별이 되는 이야기라면, 세 번은 않겠다. 생각하겠지만, 네 번째 용서가 더해지면, 다시, 알고 있는 수로는 셀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일들이 번져 갈 것이다.
폭우 속 피어난 무지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