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선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63

by 라한
이선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선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선지현

제목: 선녀의 조건


“절대로 들키면 안 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았지만 내심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는 게 지현이었다.


“아니, 왜 안되는 거야.”


지현은 자신이 선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게 속상했다.


“밝혀도 되잖아.”


지현은 언젠가 하사 받은 선녀복을 입을 날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선녀의 힘을 사용해서 세상을 지키는데 사용할 수 있겠지 싶었다.


엄마에게 전해 들은 전례이야기로는 원래 선녀는 하늘의 아들을 함께 모시러 왔다가 그의 자손인 단군에게 지상을 맡기고 돌아갔다고 했다.


그래서 선녀들도 그때 대부분 하늘로 돌아갔는데 몇 명이 몰래 지상에 남았다. 그게 바로 지현의 선조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선녀들에게 다시 하늘로 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그럼에도 지상에 남은 죄로 지상에서는 선녀복을 입어야만 선녀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선녀복을 계속 입으면 되는 게 아니예요?”

“선녀복을 입으면, 우리의 위치가 탈로나.”

“네?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천군이 잡으러 온단다.”


그렇게 선녀들은 힘을 봉인 당한 채 살았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을 위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힘을 써야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그때마다 선녀들은 결국 선녀복을 입고 힘을 썼고, 천군이 몰려오게 되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늘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천군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선녀복을 못입는거야?”

“하지만, 그렇게 당하고 있으면 선녀가 아니지!”


그래서 수백년의 세월 동안 선녀들은 선녀복의 옷을 개량했다고 했다. 서양의 마녀들과도 협력해서 하늘이 감지하지 못하는 스텔스 기능의 선녀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녀인 채로 힘을 쓸 수 있는 게 제일 좋았지만, 하늘의 봉인으로 인해 그것까진 못했다. 그래도 아무리 하늘이라고 해도, 선녀도 엄연히 신의 영역에 속한 신이었고, 아주 완벽하게 봉인하지는 못했다.


또 천계를 뒤집었던 마왕의 강림으로 선녀들의 힘이 필요해 천군의 지휘관과 선녀들 사이에서 협상을 하게 됐다. 그때 천군은 어쩔 수 없이 선녀들에게 조금은 양보한 측면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은 선녀복을 입어도 천군이 최대한 늦게 도착했다. 아무리 그래도 천계와의 임금의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도 했고 선녀들도 그런 측면은 이해했다.


“그러면 나한테 선녀로 인정받으면 준다는 선녀복은 뭐야?”


선녀는 원래 옷이 없어도 힘을 쓸 수 있었지만, 선녀복이 입어야 힘을 쓸 수 있게 된 지금은 선녀의 자격을 갖춘 자가 가성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특성에 따라 저절로 생긴다고 했다.


“뭐? 그러면 주는 게 아니었어?”


지현은 지금까지 깜박 속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금까지 부모님 말을 잘 들으면 부모가 자신에게 선녀복을 선물해주는 줄 알고 있었다.


“선녀의 자격이 뭔데. 부모님 말 잘 듣고 그러는거지.”


막상 그 선녀들은 부모라고 할 수 있는 하늘의 말을 듣지 않고 지상에 남았다.

물론 소수이긴 했지만.


“뭐야! 다 거짓말이었잖아!”


결국 부모의 말을 잘 듣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 걸 알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선녀가 되는 건데?”

“아름다워지는 거지.”

“어?”


부모의 말을 잘못 이해한 지현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러자 나중에 부모는 아름다워진다는 말은 꼭 외모를 갖추라는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누군가는 말을 예쁘게 해서 아름답다 라는 말을 듣고, 누군가는 봉사를 해서 아름답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눈이 내려도, 그 눈을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그 눈을 치워야 해서 쓰레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눈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좀처럼 보지 못하는 신비한 느낌. 행복한 기운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엄마였다.


“엄마는 어떻게 선녀가 됐어?”


지현은 엄마가 선녀복을 입은 모습을 봤다. 그때 자신도 선녀가 되야 지 다짐했다. 지현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지현이 아주 손바닥만하게 작을 때 아기의 모습이었다.


선녀들은 아기를 낳으면 그래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증명하고 선녀의 기운을 가질 수 있게 하늘에 인사를 올리러 갔다.


그러면 원래는 천계의 임금이 자신의 자손이기도 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겠지만, 하늘에 살지 않는 지상의 선녀들의 문안 인사는 싸 그리 무시하는 임금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거의 선녀의 다른 자매들 만이 선녀의 자식을 보살펴 주었다.


“아이구, 우리 아기 예쁘다. 이름은 정하였느냐?”

“네, 언니. 지현이라고 지을 겁니다.”

“아비는 누구냐?”

“아비의 이름은 정한이라고 합니다.”

“직업은?”


꼬치꼬치 캐묻는 큰언니를 방해하는 다른 선녀들이었다.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나무꾼만 아니면 돼지.”


그러자 나무꾼의 아이를 가진 선녀의 귀가 쫑긋해졌다.


“나무꾼이면 어때서!”

“나무꾼이면.”


그렇게 매번 연례 행사처럼 진행되는 나무꾼 옹호파와 나무꾼 반대파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주 귀여웠던 아기인 지현을 안고 지현의 엄마는 지현에게 선녀의 가호를 받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선녀복을 입은 채 하늘로 올라왔을 땐 문제가 없지만, 다시 지상으로 내려간 지현의 엄마를 찾으러 천군이 왔다.


선녀복을 벗은 엄마를 일부러 찾지 못하는 척 다시 돌아가는 천군들의 모습이었다. 지현은 옹알거리면서 하늘로 날아가는 천군의 뒷모습에 손을 뻗어 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만지려고 하는 아기의 몸짓과 같았다.


그렇게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유일하게 본 것이지만, 지현은 보통의 사람이 아닌, 반은 신인 선녀의 자격을 가진, 선녀의 아이였다.


본인도 선녀가 될 수 있는 그런 운명을 가진 아이.

그래서 그날의 기억. 다는 아니지만 엄마가 선녀복을 입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현이 그런 말을 할 때면,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해줬던 말 때문에 상상으로 채워 넣은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정말인데.”


그때의 모습을 기억하며, 자신도 그렇게 예쁜 선녀복을 입고 싶어하는 지현이었다.

그런데 선녀복을 입으면 천군이 온 다니.


하늘로 올라가면 무한정으로 선녀복을 입을 수 있지만, 하늘 생활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지현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진 않았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 있는 이곳에서 계속 살고 싶었다.


“엄마. 그런데 나 의문이 있어요.”


지현이 문득 생긴 의문을 풀고자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지현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요리 재료를 씻어내고 있었다.


“무슨 의문?”

“그러면, 선녀들이(이 지상에) 쭉 살았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엄마는 언제 내려온 거예요? 엄마는 나처럼 지상에서 태어난 거예요?”

“엄마도 너처럼 지상에서 태어났어. 할머니가 계시지.”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지현을 보며 방긋 웃는 어머니였다.

그러다 다시 지현은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할머니는? 나 할머니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하늘로 가셨어.”

“네?”


선녀들이 지상에 남는 이유는 다양했다.

어떤 가문의 수호신으로 남기도하고, 그냥 심심해서 남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랑이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사랑했고.”

“아.”


엄마의 말에 의하면 할머니가 언제부터 지상에서 살았는 진 모르겠지만, 할아버지와 오래 살았다고 했다.


“선녀가 아니었는데도 오래 살 수 있어요?”

“할머니의 선녀의 힘이었지.”


그렇게 약 천년 가까이 사랑을 보내다가, 할아버지가 결국 돌아가시고, 할아버지가 계신 천국으로 갔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천국에 갔어요?”

“이무기도 천년을 수련하면 용이 되잖아.”

“아. 그러면?”

“네 할아버지는 신선이 되셨을걸?”

“우와, 그러면 이별이 아니네요?”

“글쎼. 모르겠다.”


엄마는 오랜만에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누구보다 자상하고 아름다웠던 분이였다.


“선인이 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셨고,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지.”

“그럼 아빠도 그렇게 될까요?”


엄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버지와 남편. 지현에게 있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는데 지현의 아빠는 선인이 되지는 못할 거 같았다.


“착하긴 한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아서.”


할아버지는 몸소 여러 사람들을 도왔다. 사람만 도운 게 아니라 여러 영물들까지도 도왔다. 그런 생활을 천년을 했던 게 할아버지였는데, 아버지는 이제 막 200년 넘게 살았다.


거기다 선인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건, 살생을 했기 때문이었다.


“네 아버지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네? 왜요?”


굳이 아버지가 살생을 했던 걸 지현에게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게 나라를 위한 일이었어도 결국은 살생은 살생이니까.


“뭐 노력하다 보면 혹시 모르지.”


지현은 아쉬워하는 표정이 들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처럼 선인이 되면 아빠를 오래 볼 수도 있었으니까.


“흠.”

“지현아.”

“네?”

“잊지마. 너는 선녀의 자손이고, 너도 선녀가 될꺼야.”


엄마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지현은 몰랐다.

선녀야 당연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현에게 하나 알려주지 않은 사실이 있었다.

선녀의 자손이라고 모두가 선녀가 되는 건 아니었다.


선녀의 자격을 얻어야 선녀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선녀가 될 날을 그리며 잠에 드는 지현이었다.

어느새 자라 학생의 티를 벗고 대학생이 되었다.


“왜 아직 안 생기는 거지.”


스무 살이 되면 생길 줄 알았던 선녀복이 아직 생기지 않았다.

친구들 앞에서 자랑할 일은 아니었지만 숨길 비밀도 없다는 건 조금 슬펐다.


“뭐야. 선지현? 오늘 선녀 같은데?”


선녀 같다는 말에 미소를 짓는 지현이었다.

‘나는 선녀 같은 게 아니라 선녀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 지금은 선녀도 아니었다.


그저 선녀의 자식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예쁘다. 괜히 천국대 최고 선녀가 아니야?”


보통은 최고 미녀라는 형식으로 퀸카라고 표현을 하지만, 천국대에선 최고의 미녀를 선녀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진선미에서 진이 최고지만, 천국대에선 선진미락 부르는 장난이 있었다.


“겸손을 떨고 싶은데~ 맞는 말 하니까~ 뭐 그래 고마워~ 이렇게 말해야겠지? 호호”


지현의 시원한 성경에 친구들이 깔깔웃었다.

그리고 지나치는 무심한 남자 아이.


그는 천구 천국대 최고의 킹카였다. 천국대에선 최고 미녀를 선녀로, 최고 미남을 목꾼(나무꾼)이라고 불렀다.


“캬. 역시 목군. 지나가는 것만으로 간지가 난다.”


지현은 목군 현욱을 쳐다보았다.


“잘생기긴 했네.”


자기가 현욱을 잘생겼다 말하는 것처럼 현욱도 자신을 선녀갔다 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지현의 생각과는 달랐다.


‘선녀는 무슨, 선녀는 다 잡아 죽여야 하는 년들이야.’


현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가문에서부터 그렇게 내려오고 있었으니까.

나무꾼의 후손들은 선녀를 원수처럼 여기고 있었다.


사랑을 버리고, 떠나버린 악녀로.


그런 나무꾼의 후손인 현욱과.

오해를 풀고 싶어하는 선녀의 후손인 지현은.


이상하게 계속 마주쳤다.


사슴이 알려줘 만난 선녀와 나무꾼처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관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