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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간단 소개와 추천

by 감상

올해 전반기 화제가 된 책으로 9개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몇 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인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세상 모든 바다.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이 된 케이팝, 아이돌은 더 이상 무대 위의 존재만이 아니다. 환경, 인권 같은 다양한 이슈에 의견을 내고 팬들은 그것을 따른다. 소설은 팬클럽 '세상 모든 바다'에 가입되어 있는 일본인 남성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자신이 감정을 준 존재가 나에게 영향을 줄 때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어디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이돌뿐만 아니라 우리가 가지는 기본적인 애정, 팬심에 소설은 물음을 던진다.



2.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표지작이다. 연대와 연민은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 자연적으로 우러난 감정은 개인 대 개인보다는 집단 대 집단일 때 더 영향력이 커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관념의 세상의 주인 행세를 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도 다르지 않다. 소설은 연대하고 연민하는 마음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친해지고, 추동하며, 좋아하고 같이 할 때의 그 마음, 그것은 소속되거나 군림하지 않는다. 젊은 자의 인터내셔널은 단순히 '친한 사이'의 연한 색에 불과한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3. 보편 교양

고등학교 교사는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수업을 개설한다. 이는 분명히 종합 전형에 도움이 될 것이고 학생이라면 알아야 할 내용임에 틀림없다고 교사는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해하는데 마르크스는 필수가 아닐까. 그러나 한국의 역사 때문인지, 그동안 삶 속에서의 길들여진 관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불만의 목소리들이 속속 날아온다. 그래도 수업을 듣겠다는 학생이 있어 교사는 강의를 지속한다. 무시할 수 있는 지식이 있는 걸까? 현대 시민으로 필요한 교양은 진정 무엇일까.



4. 무겁고 높은

작가의 등단 작으로 역도를 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성적에 크게 부담 갖기 않고 나를 위해 역도를 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청소년기의 자아나 성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아가 자기 이해와 적절한 자기만족의 편린을 보여주는 은유와 표현이 돋보인다.


5. 팍스 아토미카.

개인적으로 참신성은 가장 높은 작품인 것 같다. 핵으로 세운 역설적인 평화를 뜻하는 제목아래, 화자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자신의 머릿속에 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핵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없애야 되는 걸까. 이런 고민들이 나에게 언제 가는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아니면 핵이 있기에 지금이 강박에 시달린다 해도 평화라면? 일독을 권한다.




젊은 남성 작가의 출현에 집중하는 기사들을 본 것 같다. 허나 작가는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에 보편성을 잃지 않는 작품성을 보여준다. 작가의 장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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