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이 날부터 우리는 모두, 한두 살씩 어려졌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세는 나이와 만 나이, 거기다 연 나이가 혼용되어 사용되어 오다가, 행정과 민사상 나이를 모두 만 나이로 표시하는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 것이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전히 사회는 혼란스럽다.
올해 75년생 토끼띠인 나는 국가 정책에 맞춰 오십 살이라고 말하지만, 동갑내기 친구 아무개는 오십 한 살이라고 우긴다.
오십 줄에 드는 것이 뭐 그리 좋다고, 작년부터 오십이라 우겨, 생일이 빠른 내가 그 친구를 오십 살 먹은 언니라 불러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넌, 오십 해라. 난 마흔아홉이다, 이 언니야."

그런데, 생일이 많이 늦은 울 아들의 나이를 사람들이 물을 때, 조금 당혹스럽긴 하다.
"아들 나이가 몇 살이에요?"
"21살이요."
"그런데, 대학원생이라고요?"
"음... 바뀐 나이로요. 그니까 만 나이요."
03년생에, 12월생인 울 아들은 한국식 나이로는 23살이지만, 법적으로는 21살이다.
그런데, 아직도 대화를 하다 보면,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을 해야 한다.
이거 언제쯤 정착이 될까?
"너희들은 나이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니?"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에게 물었다.
20대 청년들은 바뀐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는 22살에서 24살이라고 대답해요."

"오호라."
"저는 윤석열 나이로 22살이라고 대답하는데요."

"풉. 그거 말이 되네."
"교수님은 어떻게 말씀하세요?"
"나? 나는... 약봉투 나이로 50살."
10대 조카들은 자신들의 법적 나이가 줄어든 사실에 불만이 있는 듯했고, 20대 제자들은 그들 나름의 위트 있는 농담으로 이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반면,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혼란의 연속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이가 들수록 "몇 살이에요?"란 질문에 숫자 대신 "몇 년 생입니다." 혹은 "OO띠예요."라고 답하는 일이 많아 조금은 덜 어색하게 이 혼란스러움을 비켜가는 중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도 문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일단, 7080 세대들에겐 띠로 나이를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는 아는데, 이걸 연도와 접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요즘은 얼굴만 봐서는 나이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최선은 지금 이 정책이 잘 정착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몇 살부터 몇 살'이라는 새로운 한국식 나이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절감하고, 국제 기준과도 맞추기 위해서라는 원래의 목적과 취지대로 이 정책이 잘 정착되길 바란다.
그래서, 지금...
내가 몇 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