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웠다는 것, 그리고 그 아이가 과학고를 갔고, 조기졸업을 했고, 마침내 카이스트에 입학했다는 사실에 방점이 찍혀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어떤 성장 스토리가 있는지, 어떤 교육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지인들과 이야길 나누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흘러왔다.
'과연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여러 번 고민했고, 여러 번 망설였는데, 부족한 글임에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또다시 시작을 해보려고 한다.
앞서 발간한 브런치북 "(20년 만에) 다시 쓰는 육아/교육일기 1"은 신생아기와 첫돌 전까지 아이의 성장 발달에 초점을 맞춘 "육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시작하려고 하는 두 번째 이야기는 돌 이후부터 세 돌 전, 그리고 유아기까지의 "육아와 교육"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첫 돌 전과 첫 돌 이후의 육아는 "교육"의 비중이 다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배우는 교육과 학습적 교육으로 나뉘고, 전자는 세 돌 전까지, 그리고 후자는 유아기에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속담의 의미를 "세 돌까지는 뇌도 자라고, 말도 늘고,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의 근본이 되는 시기여서 육아와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해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세 돌 전까지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했었고, 아닌 건 아니라고, 틀린 건 틀렸다고, 다른 건 다르다고 말해주었다. 유아기에 접어들고 나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게 되면서 저절로 "학습적 교육"이 진행되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이 시기부터는 OO 교육을 시켜야겠다.'라든가, "나는 아이를 사교육 없이 키워야지."라는 마음을 먹어보진 않았던 것 같다. 늘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아줄까 생각했고, 내 아이는 어떤 걸 좋아하나 관심 있게 관찰했다. 그러다 필요한 걸 발견하면 일단 권해봤고, 아이의 반응을 살펴 최종 결정했다. 그래서, 마음먹고 교육을 시키진 않았지만, 아이와 함께 노는 과정에서 교육활동 비슷한 것들을 했던 것 같고, 가능하면 아이가 필요로 할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몬테소리, 프뢰벨 같은 교구 수업이나, 유아 학습지 같은 "사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아이의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문센(문화센터)도 데려가 봤고, 사립 어린이집도 다녔었다. 그리고 세 번째 "교육일기"에서도 다루게 되겠지만, 초등학생 일 때는 태권도장,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같은 예체능 위주의 학원도 보냈었다.
"그럼, 사교육 없이 교육했다는 말은 거짓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하지만, 이 외 학습적 교육에 필요한 수학, 영어, 국어, 과학 학원 등은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마 내 주변 지인들이 "사교육 없이" 아이를 키웠다고 인정해 주는 것 같다.
돌 이후부터 세 돌 전까지, 그리고 유아기의 시기에도 아이는 정말 많은 변화를 보였고, 언제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초보 엄마는 늘 고마움과 미안함, 후회와 반성 등을 하며 아이를 키웠다. 항상 노력했지만, 항상 부족하다 느꼈음에도, 아이가 잘 따라와 주었고, 우리 둘 궁합이 잘 맞았는지 아이가 잘 자라주었다.
아마, 울 아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혹은 비슷한 발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와 교육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엄마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께 이 "육아/교육 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적어도 이 글은 "이랬던 아이는 저렇게 자라는구나."라는 답이 있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물론, 앞으로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