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Way Oct 18. 2024

뒤늦은 밤중수유 끊기

생후 13개월 육아 & 놀이(교육)

아이가 13개월에 접어든 달에는 아픈 날이 많았다. 초반에 유행성 장염에 걸려 몇 날 며칠을 앓았었는데, 입맛이 없는지 통 먹질 않았고, 먹으면 바로 게워내거나 설사를 해서 할 수 없이 낮에도 모유 수유 양을 늘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열도 많이 났고, 자다 깨서 토하는 상황도 벌어져서 응급실에도 다녀왔었다. 하지만, 낮엔 크게 칭얼대거나 하지 않고 잘 놀았다. 


유행성 장염에서 이제 좀 회복하나 싶더니 다시 열이 났다. 이번엔 편도와 임파선이 많이 부었다고 했다. 열만 안 나면 잘 노는 편이었는데, 열이 나니까 하루종일 잠만 자고 영 컨디션이 나빴었다. 또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축 쳐져 잠만 자는 날들이 생겼다. 어른들은 크느라 병치레를 하는 거라고 하셨지만, 맘이 많이 쓰였다.     


병치레가 잦은 와중에, 뒤늦은 밤중 수유 끊기를 시도했다.

돌 이후부터의 모유 수유는 밤잠을 자기 전에 먹이는 걸 기본으로 하고, 낮에 가끔 찾으면 주는 정도로 유지 중이었는데, 가끔 밤중에 자다 말고 깨서 젖을 찾는 경우가 있어 모유 수유는 유지하되 밤중 수유는 완전히 끊어보기 위한 시도를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밤중 수유는 2번의 시도 끝에 끊었는데, 첫 번째는 유행성 장염으로 잘 못 먹는 바람에 시도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흐지부지 되었고, 아이가 컨디션을 좀 회복하고 난 후의 두 번째 시도에서는 단 하루 만에 끊을 수 있었다. 결국 13개월 끝무렵, 밤중 수유로부터 해방되었다.

육아책에 보면 밤중 수유는 일찍부터 끊으라고 되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통잠을 자다 가끔 찾는 거다 보니, 좀 안일했다. 그런데, 끊으려고 독한 마음을 먹고 시도해 보니, 생각보다 그 하룻밤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시도한 날, "오늘부터 밤에 자다 깨면 젖을 먹는 대신 이 물을 마실 거야."라는 이야길 하고 시작했는데, 그날 밤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뒀으면 저절로 끊어졌을 일을 괜히 이야기해서 일을 크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아니야. 그래도 이런 일은 아이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말을 하는 게 맞는 일이야.'라는 생각 사이를 수십 번 왔다 갔다 했다. 왜냐하면, 평소엔 통잠을 주로 자던 녀석이 그날따라 자꾸 자다 깨서 젖을 찾는 거였다. 그리고 엄마가 진짜 젖을 주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나서부터는 거의 1시간씩 울다 잠들었다 또 깨서 울다 잠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날 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잠을 설친 건 둘째치고 너무 안쓰러워서 힘든 밤이었다. 

하지만, 울아들은 단 하룻밤만 울고불고했고, 이내 적응을 했다. 그래도 예민해졌는지 보통 때는 통잠을 자던 녀석인데, 밤중 수유를 끊은 며칠간은 밤잠을 자다 깨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더 이상 젖은 안된다는 걸 알아서인지, 일어나서 물을 마시고는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이후부터는 다시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평소 나의 육아는 아이의 발달 사항과 성향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육아책을 기반으로 했었다. 그런데, 밤중 수유 끊기는 좀 많이 늦은 것 같다. 하지만, 말귀를 알아들을 때 시도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빨리 적응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즈음 아이의 하루는 아침 7~8시 기상, 10~11시 사이 아침 낮잠, 16~17시 사이 오후 낮잠, 21~22시 밤잠 자기를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아픈 날도 많았고, 밤중 수유 끊기로 인해 잠을 설치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루틴이 깨어지는 날도 생겼었다. 하지만, 이젠 하루 이틀 정도의 흐트러짐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데 아무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았다.


13개월에 접어들면 해야 하는 예방접종 MMR(홍역, 볼거리, 풍진)도 잊지 않고 했다. 아이의 발육상태는 13개월 아기 치고는 몸이 재바른 편이었고, 이는 아랫니, 윗니 총 8개가 나 있는 상태였다. 

'왜 더 안 나지?' 

평균보다 이도 좀 빠르게 나는 편인 것 같았는데, 갑자기 이 나는 속도가 늦어졌다. 

'왜지?'


손재주가 좋다 보니 포크질도 숟가락질도 제법 잘해서 바나나도 혼자 먹었고, 식빵도 혼자 떼서 먹었다. 평소에는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정도로 먹성도 좋았다. 귤, 사과, 우유, 식빵, 밤, 치즈, 단호박 등을 간식으로 먹었고, 계란찜, 만두, 도토리묵, 소고기야채 전, 가지나물, 콩나물, 그리고 물에 씻은 김치조각 등을 먹기 시작했다. 젤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엄마 젖이었지만, 다양한 음식들을 경험해 보는 시기였다. 가능하면 어른들 음식을 만들기 전에 간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 것을 먼저 만들어 주신 친정 엄마 덕분에, 음식 본연의 맛을 즐기던 시기였다. 


물을 좋아하다 보니, 칫솔질과 세수를 즐겨했고, 여전히 "내가 할 거야 병(?)"은 진행 중이었지만, 이젠 제법 몸 쓰는 것이 능숙해져서 뭐든 하고 싶어 하면, "그래, 네가 해라."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좀 이른 감이 있긴 했지만, 배변 훈련용 변기를 사서 의자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변기에 익숙해지면 배변 훈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샀는데, 손잡이 버튼을 누르면 노래도 나오고 해서 그런지, 다행히 변기(의자)를 좋아라 했다. 여름이 되면 본격적으로 배변 훈련을 해볼 계획이었다.


13개월에 접어든 울 아들의 관심사는 누르는 것, 쌓는 것, 꽂는 것이었다. 

특히, TV 켜는 재미와 리모컨 작동시키는 것에 재미가 들려 TV를 켜고 어른들처럼 소파에 기대앉아 있는 경우가 종종 보였다. 다만, TV를 집중해서 보는 것 같진 않았고, 소파에 기대선 금세 리모컨의 다른 버튼을 누르는 것에 집중했다. 그 외 컴퓨터 전원 스위치 및 모니터 스위치 누르기, 연필을 통에 꽂기, 블록 쌓기, 블록 꽂기 등에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책 속의 그림과 똑같은 실물 모양 찾아내기, 책 읽는 것 흉내내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 등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아직 말은 못 하네?

이제 겨우 13개월 차인 건 알지만, 옹알이가 빠른 편이어서 그랬는지, 울 아들은 돌이 지나면 말도 빨리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육아 일기에 '아직 말을 못 하네?'라고 써 놓은 걸 보면. 

그리고, 13개월 차 육아일기 끝부분엔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한 편이고, 애교와 재롱이 많은 편이며, 내 눈엔 잘생겼고, 똑똑한 것 같다."라고도 써져 있다. 


이 시기에 즐기기 시작한 새로운 놀이도 있었는데, 이름 하여 망토 놀이. 아니다, 왕자놀인가?

일단 손에 뭔가를 쥐었다. 보통은 외할아버지의 효자손이거나 지휘봉 같은 거였다. 그리고, 수건이나 보자기 같은 걸 망토처럼 어깨에 두른 후, 머리에도 뭔가를 뒤집어썼다. 모자부터 풍선, 기저귀, 베갯잇 등 머리에 쓸 수 있는 것은 다 써보는 것 같았고, 풀 장착 후엔 이쁜 척 혹은 멋진 척을 했다. 

집에 식구들이 많다 보니, 아이와 다양한 놀이가 가능했고,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또한 아이의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순간 포착해 사진으로 남겨줘서 출퇴근을 하는 와중에도 아이의 하루를 다 간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이 시기에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점은 육아서에 "12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슬슬 다른 또래들과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라는 지침이 있었는데, 울 아들 주변에는 어른들만 있어서 고민이 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마트에 있는 대형 어린이 놀이방엘 데리고 가봤다.  

처음에는 약 40분 정도를 아빠와 함께 들어가서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살펴도 보고, 올라타 보기도 하면서 그 공간에 적응을 하는 것 같더니, 그 이후엔 혼자 웅얼거리고, 노래도 부르고, 소리도 지르면서 이곳저곳 맘껏 돌아다녔다. 다만, 다른 아이들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또래 친구들이 뭘 하는지 눈여겨보기만 했다. 아마 낯선 장소의 낯선 사람들과는 아직 어울리기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생후 13개월 차. 돌만 지나면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새로운 무언가가 추가되었던 시기였다. 



이전 02화 갑자기 시작된 분리불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