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놔, 내 눈앞을 또 지나갔어."
"쫌 놔둬라. 그놈도 먹고살게."
"싫거든. 우리 집은 만원이 청정구역으로 만들 거야."

여름이 오긴 왔나 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만원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 만원이가 뭐냐면...
날파리나 초파리 같이, 여름만 되면 집에 나타나는 작은 생명체를 부르는 우리 집만의 별칭이다.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새집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오래된 아파트에 유독 날파리와 초파리가 많았다.
아무리 쓸고, 닦고, 치우고 해도 자꾸 생겼고, 시공간을 초월하는지 방금 내 눈앞에 있던 것도 잡으려면 사라지는 통에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들은 그런 나의 스트레스에 전혀 공감해주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현상수배를 걸었다.
"한 마리 잡으면 만원. 단, 증거가 내 눈앞에 있어야 현상금을 지불한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휴지 한 칸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만원이의 시체들과 마주했다.
울 신랑이 현상금 받는 재미가 쏠쏠했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주었고, 그 덕분에 내 스트레스도 조금 줄어들었다. 물론 현상금이 만만찮게 지출되기는 했지만...
울 아들까지 나서주면 딱 좋겠건만, "만원이"로는 꼼짝을 안 하길래, 한동안 그놈들이 "오만원이"로 격상된 적이 있다. 하지만, 효과에 비해 나의 금전적 출혈이 너무 큰 탓에 그 정책은 얼마 못 가 폐지되었고, 다시 만원이 사냥은 울 아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새 집으로 이사 온 후엔 만원이들 발생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하지만, 간간이 보일 때마다 완전 박멸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일단 부엌에는 소형 포충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소독용 에탄올, 가그린, 분무기를 준비해 날파리와 초파리 퇴치제를 만들었다.
소독용 에탄올과 가그린(또는 리스테린)을 1:1로 섞은 다음, 잠자기 전에 각종 배수구, 화장실 세면대, 부엌 개수대, 쓰레기통 내부, 음식물 쓰레기통 외부 등에 뿌려주면 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올해도 슬슬 만원이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길래, 만원이 퇴치제를 만들어야 되겠다 싶어 재료들을 찾아보니, 이런... 소독용 에탄올이 똑 떨어졌다.
'아놔, 나갔다 와야 하나.'

집순이도 움직이게 만드는 대단한 만원이 녀석들.
하지만, 올해도 사냥의 시간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다 죽었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