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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브런치스토리 생활

아무 말 대잔치

by My Way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뿐,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만 해, 가끔은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런 '생각의 말'들은 글로 쓰기도 애매하다. 대부분 화가 나거나, 어이가 없거나,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이라 일기에 쓰더라도 분명 나의 '흑역사'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무 말'을 글로 쏟아낼 수 있는 멍석이 깔렸다.

'살롱 드 아무 말' 매거진.

이제 겨우 두 달 되었다는 '마봉 드 포레' 작가님이 브런치스토리의 생태계를 제대로 파악해 오픈했다.

자주 소통하던 그녀(그녀 맞죠? ㅎㅎ)가 오픈한 매거진이니, 일단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많은 작가님들의 '아무 말'을 관전했다.

그리고, 고민이 깊어졌다.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하니, 어떤 '아무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고민을 한다는 건 '아무 말'이 아니지 않은가'하는 고민도 되었다.


그러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오지랖에 가까워 참고 있었던 말을 '아무 말'이라 생각하고 투척하기로 결정했다.

브런치스토리에 입문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들이라 제목을 [슬기로운 브런치스토리 생활]이라 정했다.



1. 그냥 글 vs. 매거진 vs. 브런치북


가끔 보면 글을 그냥 써 두시는 분들이 계신다. 나도 처음엔 연재북이 뭔지, 매거진이 뭔지 몰라 그냥 글을 올렸었다. 지금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그냥 글'은 잘 쓰지 않는다.

다른 작가님의 글들을 읽어보면서, 어딘가에 그 글이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글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단 주제 없이 아무거나 쓰고 싶다면, 매거진을 만들어 쓰고 싶을 때 쓰면 된다. 그리고 10개 이상 동일한 주제의 글들이 모이면 그걸 하나로 묶어 완결된 브런치북으로 발행하면 된다.


연재 브런치북은 발행일을 설정하게끔 되어 있으니,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팀에서 연재일이라는 압박과 독자들과의 약속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오니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연재일을 놓친다고 해서 페널티는 없다. 혹시나 내 글을 기다리는 분이 계시다면 그분께 쫌 미안할 뿐이다.


다만, 한 가지. '메인'에 뜨고 싶다면, '매거진' 보다는 '브런치북'이 더 유리한 것 같다. 매거진의 글이 에디터의 픽을 받기도 하지만, 브런치북에 비하면 드물다. 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브런치스토리 고인 물인 작가님(필명을 거론해도 될지 말지를 몰라 일단은 무명으로)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리고, 초보일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발행 실수다. 물론, 나도 해 봤다.

매거진에 올릴 글인데 그냥 발행한 경우는 수정 들어가서 매거진을 선택할 수 있는데, 문제는 연재브런치북에 들어갈 글을 그냥 발행했을 때 문제가 된다.

현재로는 방법이 없다. 그냥 재발행하는 수밖에.



2. 조회수


브런치스토리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조회수 폭발의 기회를 얻게 되면 흥분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별 의미 없음을 안다. (물론, 그럼에도 기분은 좋고, 자랑하고 싶다. ㅋㅋ)

조회수 폭발은 일단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떴음을 의미하고 Daum 홈페이지에 연동되었음을 의미한다.

조회수 폭발이 곧 구독자 수나 라이킷 수, 응원의 급증을 의미하진 않는다.

조회수는 조회수일 뿐, 내 글을 다 읽었으리란 보장이 없다. 브런치스토리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조회수가 많이 나올 수도 있다.



3. 구독자 급등의 비밀


모바일에는 메인 글 외에도 '요즘 뜨는 브런치북', '오늘의 작가', 'OO시 브런치스토리 인기글', 그리고 '구독자 급등 작가'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다.

사실, 이 생태계는 아직도 파악이 잘 안 된다. 여러 가지 시도와 실험을 해보지만, 에디터의 맘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걸 하나 발견하긴 했다. '구독자 급등'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분명히 말하는데, 순수하게 '글'로 승부해서 구독자가 급등하는 분들을 비하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다.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임을 분명히 말한다.


아마도 여기 계신 모두, 누군가의 구독 신청을 받고 맞구독을 해 주었더니, 구독 취소를 당한 일이 있으실 거다. 나도 여러 번 당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을 종종 발견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구독자 10인 어떤 분, 아니 어떤 사람의 구독신청을 흔쾌히 받아주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날 밤, 그 사람의 구독자 수가 100명이 넘었고, 구독자 급등 작가에 등극한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관심 작가는 1(브런치스토리팀)이었다.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입문해, 여러 작가들을 관심작가로 등록하다 보니 맞구독이 많아져 구독자 급등 작가가 되는 것은 브런치스토리에 적응하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나도 아직 성장 중이긴 하나, 그런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맞구독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의 구독자가 늘고 난 후, 관심작가를 0에 수렴하게 만드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4. 글쓰기 vs. 글 읽기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내가 그런 상황이다.

현생이 바빠지기도 했지만, 브런치스토리 안에서 글을 쓰는 일과 글을 읽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

최근에 나의 구독자 수와 관심작가 수를 1:1로 맞추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나만 보내는 짝사랑을 접었다. 그랬더니, 조금 숨이 쉬어지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루 정도의 텀이 생기고 있다. 틈틈이 순서대로 읽고 있지만, 댓글까지 달면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짧고 굵은 나의 댓글은 글을 꼼꼼히 읽은 것임을 언급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댓글 안 단 글은 그냥 지나친 게 아니다. 뭐라 말하기 어려워서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시나 소설은 댓글달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다. 그러니, 오해 마시길.


나와 맞구독 중이신 분들 중에도 글쓰기만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맞구독 후, 단 한 번도 찾아와 주지 않는 걸 보면서, 나와 같은 고민 중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애써 이해를 해보고 있다.



음... 주절주절 말이 많아졌다.

아무리 아무 말을 쓰는 매거진이라지만, 엄연히 내 필명으로 발행될 건데 이래도 되나 싶다.

하지만, 어쩜 좋은가...

속이 좀 시원해지는 걸???


반백년의 나이를 먹고도, 여전히 나는 성숙하지 못한 인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좀 더 수양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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