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명절, 똥손자매의 윷놀이 리턴매치가 실패로 돌아갔었다.
'back도'의 규칙 때문이었는데, 지금 되돌아봐도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1년 뒤, 두고 보자!"
그날, 우리 똥손 세 자매는 1년 뒤 꼭 승리하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올해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오래간만에 완전체가 모이게 되어, 예상보다 빠른 6개월 만에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었다.
친정아버지의 심판 아래, 사위팀, 똥손자매팀, 그리고 스물한 살 된 울 아들이 포함된 꼬맹이팀으로 나누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총 3판을 하기로 했고, 결과에 따라 꼴찌팀은 인당 만 원씩, 2등 팀은 인당 오천 원씩을 벌금으로 내서, 총 45,000원을 모아, 다음 날 모임에서 유용하게 쓰기로 했다.
절치부심까지는 아니지만, 지난 패배의 설욕을 다짐한 우리 똥손자매는, 선공을 정하기 위한 가위바위보에서부터 신중을 기해 좋은 순서를 차지했다. 그리고 기대를 하며 윷을 던졌다.
"가즈아, 가보자."
휙~ 던진 윷이 '탁'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모두의 눈이 윷가락 하나하나에 꽂히는 순간, 아주 짧은 정적을 깨고 웃음이 터졌다.
"또, 도야~."
"아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임? 윷가락이 잘못된 거 아냐?"

하지만, 우리의 의심은 '모'와 '윷'이 연달아 나오며 한순간에 무색해졌다.
지난 설 명절에 참석하지 못했던 막내 제부가 다크호스였던 것이다. 급기야 조카가 아빠 무릎에 앉아 윷 던지기를 방해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던지기만 하면 '모'가 나왔고, 다른 말들을 잡는 좋은 패가 이어지는 통에 윷 판 위에는 사위팀 말들만 돌아다니게 되었다.
사위팀이 너무 잘하다 보니, 두 번째 게임까지는 너무 시시하게 끝나는 느낌이 들었다.
사위팀 : 1등, 1등
꼬맹이팀 : 2등, 3등
똥손자매팀 : 3등, 2등
그래도 우연히 '모'가 몇 번 나와준 덕분에, 두 번째 게임에서는 우리 똥손자매팀이 꼬맹이팀을 이길 수 있었다.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이미 1위는 물 건너 간 우리 똥손자매는 그래도 2등은 해보자며 다시 다짐하고, 신중하게 윷가락을 던졌다.
휙~, 탁!
"에라이."

그렇게 똥손자매는 마지막 판에서도 '도'와 '개'만 남발하며 꼴찌가 되고 말았다.
6개월 만의 리벤지 매치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완벽한 똥손자매의 귀환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다음과 같다.
사위팀 : 1등, 1등, 2등 = 1등
꼬맹이팀 : 2등, 3등, 1등 = 2등 = 15,000원
똥손자매팀 : 3등, 2등, 3등 = 꼴찌 = 30,000원
그리고 벌금은, 명절 준비로 애쓴 아내들과 용돈을 사수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따라 각 집안의 사위들이 부담했다.
1등을 하고서도 벌금 전체를 부담하게 된 사위들의 원성이 자자했으나, 그 원성들은 각자의 집안 내에서 잠재우는 걸로 마무리되었다.

리벤지 매치가 너무 싱겁게 실패로 돌아간 후, 올해는 시간이 많이 남아 '하우스(?)'를 열었다.
꼬맹이들은 나의 가르침을 받으며 훌라(Hula)를 배웠고, 사위팀은 친정아버지와 함께 화투판을 벌였다.
화투를 칠 줄 모르는 울 신랑 대신, 울 아들이 외할아버지의 놀이에 동참했지만 아직 서툴러 돈을 많이 잃었다. 물론, 동전들은 모두 친정 엄마의 저금통에서 나온 것이라 실물이긴 했지만, 실물이 아니었다.
화투 놀이에서도 다크호스로 부상한 막내 제부가 화투 놀이를 마친 후, 한마디 했다.
"연휴 끝나고, 차 한 대 사러 가자."
설 명절에 있었던 리턴 매치, 그리고 추석 명절에 있었던 리벤지 매치가 모두 실패로 끝났으니,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아무래도 종목을 바꿔봐야 할 것 같다.
꼬맹이들에게 훌라를 가르쳐보니, 이 종목이면 승산이 있을 듯하다.
함 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