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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Oct 01. 2020

아이 만날 준비하기

아이 만나기 D-10, 빨래하는 아빠

아이를 갖고 나서 꽤나 놀랐던 점 하나.

나와 아내는 꽤나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 방조차 준비가 안된 초보 부모에게 친구와 지인들은 우리보다 먼저 우리 아이에게 선물을 보내줬다. 어떤 것은 자신들이 사용하던 것부터 어떤 것은 새로 구입해서 선물한 것까지 정말 다양한 선물들이 들어왔다.


그동안 친구들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축하는 해줬지만 노키즈를 지향하던 우리 부부에게는 그들의 임신은 특별한 감동도 없었고, 솔직하게 말하면 얼마나 축복해 줘야 하는 일인지 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창고 방이 우리가 사지 않은 우리 아이의 물건으로 가득 차게 되면서 우리가 그동안 친구들과 그들의 아이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친구들의 아이를 함께 볼 때 내심 친구들끼리만 있었을 때의 편안함과 익숙함을 아이가 망가뜨리는 것이 불편했다.(물론 그것을 내색할 정도로 인간관계의 하수는 아니다.) 아프리카 속담처럼 친구, 지인들의 육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지금의 사회적 정서와 아직 부모가 되지 않은 나에게는 너무 먼 일이다. 그렇지만 여러 곳에서 온 선물들을 보면서 조금은 반성하고 그보다 더 많이 감사했다.


물려받은 옷도, 새로 선물 받은 옷도 아이에게 입히기 위해서 다시 한번 세탁기에 빨았다.

아기에게 입히는 옷은 왜 이렇게 이쁘고 화려할까? 마치 친구들이 보내 준 선물이 담은 마음 같았다.

나와 관계하고 알고 있는 세월이 우리 아이를 축복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

신기한 것은 아이를 향해 쏟아지는 그런 마음을 느낄 때 나는 그동안 내가 친구들에게 받았던 관심과 사랑과는 조금 다른 따끈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는 기존 관계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에 정점을 찍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남을 친구들은 이런 격변의 시기에도 우리에게 남아줄테니까.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하면서 아이와의 관계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세상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 명절에는 조촐한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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