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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Oct 02. 2020

왜 안 나오니 아가야?

D-000, 기다리는 아빠

오늘이 그날이다.

아이가 나올 예정일.

그런데 어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아내는 오히려 컨디션이 임신 기간 중에서 최고라면서, 신나게 산책을 다닌다. 이 시기가 되어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생각보다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결혼 전, 그리고 임신 바로 전까지도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고 나는 이렇게 둘이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다녔지만, 아이가 나올 때가 되니 빨리 아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이사를 하고 도배를 새로 했는데, 도배하는 분들의 실수로 전등 자리 하나를 그냥 막아 놓아 버리셨다. 나는 일이 쉬울 줄 알고 그 전등 자리를 드라이버로 뚫어버리고 천장 안에 숨어 있는 전선을 찾기 위해 손가락도 넣어보고 철제 옷걸이도 구부려서 긁어보았다. 그러나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해보았지만, 전선은 찾을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한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이 임박한 요즘에 되어서 느끼는 감정은 강도는 다르지만 그런 답답함이 아닐까 한다. 분명히  천창 속에 있는 것이 확실하고 조금만 하면 닿을  같은데, 실제로는 내가 어떻게   없는 답답함. 임신 기간 그 어떤 시간보다 아내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혼란스러운 시간이다. 그리고 곧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상상 속 궁금증은 최고조로 올라간다.


누구를 더 닮았을까? 눈과 코는 엄마를 닮아야 될 텐데, 초음파로 보면 내 코가 보이네. 엄마, 아빠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엄마는 천식으로 오랫동안 고생했고, 아빠는 축농증 수술도 했었는데 우리 아기는 괜찮겠지? 태어나면 얼마나 울까? 잠은 잘 잘까? 잘 웃을까? 잘 먹으려나? 엄마가 가진 계란 알레르기를 아기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그럼 진짜 우리 집에서 계란 반찬은 못 하겠다.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질문들이 계속 이어진다. 아이가 나오지 않고서는 끝나지 않을 흐름이다.

주변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이야기는 하는 것을 들어보면 낳고 나서 본 게임(?)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금은 얼른 나와서 내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아이를 갖기 전, 그리고 임신 기간에도 느끼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다.


며칠 전, 병원에 다녀오면서 결국은 다음 주 유도 분만 날자를 잡고 왔다. 아내의 출산 휴가 기간이 있기 때문에 더 미룰 수가 없었다. 원하는 바는 그전에 나와서 내 품에 안겨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아이가 태어나면 배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는 답답함보다는 그래도 눈에 닿는 곳에서 어쩔 수 없는 기쁨이 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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