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만나기 D-20, 꿈꾸는 아빠
우리 어머니는 어린 시절 공부를 무척이나 잘했다.
그렇지만 6남매의 3녀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만 다닐 수 있었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그 시절 여자가 공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도 능력도 있으셨지만, 집안 형편상 대학에 가지 못하셨다. 그 후로 바로 공무원에 취직하셨고, 공부는 당신 평생의 한이 되었다.
나는 어머니의 못다 한 꿈을 이뤄 줄 아들이었다. 공부 잘하는 아들이 되라고, 나 대신 꿈을 꾸셨다. 덕분에 지금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자리도 잡고 결혼도 하게 되었지만, 처음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내 꿈이 아니라 부모님의 꿈을 이룬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한참이나 마음을 잡지 못하고, 내가 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도 굉장히 컸다.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왜 직장이 꿈이라고 생각했는지, 덕분에 나는 직장에 들어가고 더 이상 꿈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다행히 지금은 어머니랑 좋은 관계를 이루고,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부모가 자식의 꿈을 대신 꾸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이에게 꿈을 꿀 기회를 빼앗아 가는 일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의 꿈에 기대감이 없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이가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기로 했다.
아이가 어떻게 하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꿈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질문 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 사람들이 널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니?
-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니?
-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니?
- 기억나는 슬픈 일은 뭐니?
- 기억나는 행복한 일은 뭐니?
- 지금 관심이 가는 사람은 누구니?
- 지금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뭐니?
- 하나님은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니?
-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초보 부모가 만든 완벽하지 않은 질문 리스트지만, 우리 부부 나름대로의 고민을 녹여서 질문들을 하나씩 정해갔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조금씩 더하거나 빼면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질문 리스트도 조금씩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질문 리스트를 만들면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둔 것은 들어주는 것이다. 질문들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를 마음도 고르게 다져 준다. 아이의 말이라고 무시하지 않으며 반응하는 부모가 되기 위한 일종의 다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이를 위해서 이런 생각을 담아가며 질문을 하나씩 만들 때,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꿈을 상상하게 되고 부모로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는 기분인지 조금은 알게 된다는 점이다. (아직 육아 전쟁을 시작 전이기 때문일지도... 그렇지만 미리 머리 아플 필요는 없으니까)
이 질문 리스트는 아이가 자라면서 생일마다, 혹은 특별한 날마다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녹화 하려고 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고, 꿈이 어떻게 바뀌고, 또 어떻게 구체화 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부모는 거기에 함께 반응하면서 아이의 꿈에 동참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