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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편 Sep 09. 2020

나쁜 습관 버리기

아이 만나기 D-30,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아빠

오래간만에 하늘이 좋은 날이다

바람도 하늘도 옆에 있는 아내의 기분도 좋은 그런 날이다.

공원에 나와 있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제는 개와 함께 다니는 많은 사람들의 한 손에는 배변 봉투가 함께 보인다. 처음에 이 동네에 이사 와서 주변을 보면 산책로에 이쁘장한(?) 덩들이 보이곤 했었는데 어느덧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가 사람들의 손에 자리 잡아간다.


습관이란 게 이런 것 같다. 어느새 조용히 스며들어 개인과 사회를 바꾸어 버리는 힘이 있다. 아이를 만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좋은 습관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다른건 별로 물려 줄 수 있는 게 없다.)


아내와 결혼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보니 나에게 익숙한 행동들이 부모님과 가정에서 물려받은 습관이란 것을 새삼 깨달았다. 한 가지 우리를 놀라게 했던 재미있던 습관이 있다. 아내와 나 사이에 있었던 바로 그 주제! 당신의 뒤처리는 어떤 자세인가? 나와 내 동생은 볼 일을 보고 서서 닦는데 아내와 처제, 처남까지 모두 앉은 상태에서 처리를 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서서닥에 한 표를 줄 수 있는가?) 이런 습관은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잴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습관으로 아이에게 자리 잡던 괜찮지만, 가정과 부모에게서 받는 습관은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내려간다.


좋은 습관을 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나와 아내는 스스로의 습관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심코 들어와 있는 습관들이 아이에게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 고민했다. 고민을 하고 나서 아이에게 주고 싶은 습관과 물려주고 싶지 않은 습관을 죽 정리해 보았다.


주고 싶은 것은,, TV 없이 사는 것. 책을 보는 것. 손을 씻는 것. 가족끼리 대화하는 것.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데 우리에게 있는 습관들은,, 비는 시간 마다 핸드폰을 하는 것. 식사하고 곧바로 양치하지 않는 것. 씻지 않고 침대에 눕는 것. 옷을 아무 데나 벗어두는 것.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것. 일을 미루는 것.


정리하고 보니, 좋은 습관들은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안 좋은 습관들은 많이 생각이 났다. 안 좋은 습관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아내와 나 사이에 서로 불편하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이지만, 원만한(?) 부부 생활을 위해서 넘어가 주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원만한 부부 생활보다 중요한 우리 아이를 위해서 조금씩 바꿔 보기로 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는 꼭 양치를 하고, 밖에서 들어오면, 손을 닦고 옷을 갈아 입고, 조금 더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비는 시간에는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 보다는 책을 더 많이 보기 시작했다.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긴 하지만, 아이와 우리를 위해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어차피 첫 아이는 변화의 시작이다. 어차피 변해야 하는데 기왕이면 아이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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