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만나기 D-40, 초보 아빠 탈출기
신입사원 때 일이다. 과장님께서 뭐 하나 물어보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럽고 매 순간을 초조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전전긍긍하고 두려워했던 것은 아마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였으리라.
잘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다. 아이를 갖고 입덧을 시작하는 아내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먹는 것이 좋은지 나는 완전히 무지했다. 임신 기간을 통해서 나는 십 년이나 알아 온 아내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특별히 나 같이 첫 아이를 만나는 아빠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아내도 두렵겠지만, 자신이 겪고 있는 것과 여러 가지 정보를 비교해 가며 스스로 파악해 가고 있는 아내에 비해 이 시기의 나는 정말 벙쪄 있는 신입사원이 된 기분이었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지만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격려와 응원 밖에는 없었다. 아내는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말해 주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은 남편의 어깨가 처지기에 충분하다. 다행히 이제는 그런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초보 아빠로 임신 시기를 허둥지둥 보내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아이를 만날 때도 그렇게 벙쪄 있는 신입사원의 모습으로 있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신입 아빠를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책과 유튜브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요즘 세상은 그런 정보들이 넘치는 정보의 시대다. (사실 많아도 너무 많다)
요즘 시대와 같이 전문적인 육아(?)에 눈 뜬 시기가 있었을까? 이건 내가 그동안 너무 무관심해서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자랄 때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들은 웹상에도 넘치고 있고, 서점에 가면 한편을 관련 서적들이 꽉 채우고 있다. 서점에서의 육아 서적의 위상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정보들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올바른 육아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참 어려웠다.
일단 책을 몇 권 골라서 읽었다.
책을 보면서도 가장 눈에 많이 들어오는 문구는 ‘연구 결과로 확인된 것은 없다.’라는 말과 ‘아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는 두 가지 말이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게 꼭 내 아이에 맞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육아 서적은 정확한 답이 있는 방정식이 아니라 확률과 통계 같은 책이었다. (내가 제일 취약한 취약한 영역이다. 공대를 다니면서도 통계가 수학이라는 걸 인식하는 것이 되게 힘들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도 몇 가지 보았다. 육아가 확률처럼 내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이라면 오랫동안 정보를 축적해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육아 연구소 같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그라운드 룰을 가진 채널을 골라 와이프와 꾸준히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제 D-40 남은 시점에 걱정이 되긴 한다. 이런 벼락치기들로 초짜 티를 벗어난 아빠가 되는 것은 물론 어렵겠지만 그래도 발버둥이라도 쳐봐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육아라는 무게가 제대로 느껴질 때, 아이와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는 초보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