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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꿍 Jan 07. 2020

10. 취미는 혼술

  뜨거운 하루를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나만 유독 더위를 탔는데 요즘엔 학생들도 덥다고 아우성이다. 날씨를 보면 한낮엔 체감 온도가 40도에 가깝다. 올해가 특히나 다는데 이상 기후가 온 게 아닐까 싶다. 시장도 바깥 구경도 하고 싶지만 지겨운 더위에 일찍 집으로 도망가기가 부지기수다.


집에 오면 샤워를 하며 할 일을 생각한다. 특별한 집안일이 없으면 요리를 하고, 소파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을 자고, 스피커 볼륨을 한껏 올려 노래를 듣고 종종 게임도 하며 무료함을 달랜다. 요즘엔 넷플릭스에 아주 빠져 산다.

그리고 간단한 안주와 더위를 식혀줄 맥주를 마신다.

맥주와 과일의 궁합은 대륙을 막론하고 항상 옳다.

혼자서 술 마시는 걸 정말로 좋아한다. 물론 같이 술 마시는 것도 괜찮다. 적어도 5명은 넘는 왁자지껄한 자리만 아니면.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술자리에 여러 이야기가 얹히고,  그럴수록 누군가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첫 회사에서의 회식은 늘 어려웠다. 함께라면 둘, 그리고 혼술을 좋아한다.


혼술은 매력적이다. 우선, 분위기에 취할 일이 없다. 되돌아보면 술자리 특유의 분위기에 취해 하지 않아도 될 말도, 하지 않아야 할 말도 서슴없이 뱉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술이 핑계가 되는 사람이고 싶지 않았고 그런 사람과 술잔을 부딪히는 걸 꺼리다 혼술에 퐁당 빠졌다. 혼술은 만취할 일이 적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 술을 마시면 한 잔 두 잔이 세월아 네월아가 되고 끝내는 누군가 기절을 했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끝이 정해져 있어 좋았다. 또한 무엇과도 함께 할 수 있다. 간단히 요리해 술을 곁들이고, 술과 함께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내 이야기가 되고 내 노래가 되는 건 덤. 당장 생각나는 혼술의 매력 몇 가지다.

한국에서, 설정같지만 적당한 술은 감정에 있어 윤활유가 된다.

혼술이든 함께 마시든 술잔에는 하루를 담고 인생이 담긴다.

취했기 때문에 즐겁고 감정을 털어내고 흑역사가 생겨난다. 또 울기도 하고 그리운 누군가를 생각한다. 탄자니아는 건배 문화가 없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다. 술을 마실 때마다 잔을 부딪혀야 하고 자기 페이스에 맞춰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다행히 이곳은 건배를 하지 않아 술을 권하지도 않고 직접 술을 따라 마신다. 맥주를 주문하면 따뜻한 것(실온) 혹은 차가운 것을 꼭 묻곤 한다. 차갑지 않은 맥주라니, 나는 아직 주문해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새해부터 낮술에 기분 좋게 취해 낮잠을 자다 느즈막히 일어나 글을 쓴다. 누군가는 기뻐서, 다른 누군가는 슬퍼서, 외로워서, 갖가지 이유로 술을 마신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니 과하지 않은 선에서, 다만 당신에게 술이 어떤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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