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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 Sep 13. 2024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던데

들어가며




이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는가? 혹은 매대에서 이 책이 홀리듯 당신의 손을 이끌던가? 그렇다면 아마 우리는 아주 비슷한 유의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왜 이리 사람이 게으르냐고 주변 사람들의 타박을 받는가? 종종 자책에 빠지기도 한다. 책임과 원인을 여기저기서 찾아본다. <도둑맞은 집중력>도 읽어보고, 자기계발 유튜버들도 찾아본다. 병원에 가서 성인 ADHD 검사를 받아봤을 수도 있겠다. 아마 이 책도 그런 것 중 한가지가 될까 싶어 집어든 걸지도.


그런 당신에게,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다.


‘생긴대로 살라’


약올리는 게 아니다. 말했잖나, 우리는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라고.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던가. 이 책은 당신의 게으름을 고치는 데엔 아무 도움이 못 될 거다. 게으름뱅이들도 따라할 수 있는 획기적인 부지런 루틴 뭐 이런 것도 전혀 없다. 애초에 내가 그런 걸 발견했다면 책 제목이 달랐을 거다. 무슨 무슨 성공기, 극복기… 뭐 그런 거로.

책 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게으름 탈출법, 갓생 사는 방법 같은 걸 부단히 찾아보고 시도해봤지만 전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얼마 안 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당신이 게으름과 사투한 역사가 아주 오래 되었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고질적으로 남아있다면, 그건 아주 없앨 수 있는 게 아닐 지도 모른다.

사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텐데. 아무렇게나 게으르게 퍼져있을 때 묘한 안도감과 평안을 느낀다는 걸. 우리는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날 때부터 게으르게 생긴 사람들.



다만 나는 단지 당신보다 게으름에 대해 더 오래, 더 집요하게 찾아본 게으름뱅이다. 그리고 기가 막힌 몇가지 생각들을 이 책에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 당신에게도 한번쯤은 스치고 지나갔을, 게으름에 대한 꽤 그럴싸한 단상들을. 아마 우리가 그저 부지런했다면 눈치 채지 못했을 세상의 숨겨진 법칙 같은 것들일 수도 있겠다.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게으름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사람의 ‘오히려 좋은’ 순간들. 게을러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관점을 바꾸면 장점이 되는 것들. 혹은 그냥 게으른 당신의 공감을 살 수 있는 그 어떤 이야기들이라도. 책을 덮고 당신이 가진 게으름을 다시 보게 되었다면, 이 책의 목적은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아마도 게으름과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거다. 그런 운명을 타고 났다. 좀 더 세련된 말로 하면 ‘기질’이라고 하는 거. 그러니 내 게으름과 사이 좋게 지내는 방법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내는 게 이롭겠다. 그 목표가 성숙한 어른이건, 매력적인 인간이건, 행복한 인생이건.


이제, 내가 찾아낸 ‘게으른 채로도 꽤 괜찮은 어른이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고쳐쓸 필요 없이 생긴대로 사는 방법 말이다. 믿어보라. 애초에, 당신은 고장 난 적이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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