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준비의 시작 그리고 합격.
"요기 앉으시죠"
"아 네"
내 자리가 생겼다. "신규 9급"의 자리이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저 자리의 입성은 곧, 엄청나게 경직된 수직 사회의 발돋움이라는 것을.

#. 공무원 준비의 시작 02.
배불러하는 하는 공부는 마음의 의지만큼이나 몸이나 머리가 따라주는 일은 되지 못하였다.
비장한 각오로 아이를 품고 독서실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공부 잘 못하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잘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출산을 하고 국가직 첫 시험을 보았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창피하다.
출산하고 하루 종일 모유수유하고 애 잠든 시간에 잠깐잠깐 한 공부로는 저 정도 성적인 것이다.
창피하다.
첫 시험이었고 연습 삼아 본시험이라고 나는 나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정말 가능한 일인까?"를 의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운을 내야 했다. 이미 결심은 하였고 다행히 하반기 시험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있고 실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응시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 공채시험 기회는 물론이고 추가로 "경력직 공무원 시험"이라고 해서 공채시험보다 시험 과목이 적거나(기술직의 경우 물리, 전공과목 2개) 심지어 서류, 전공면접으로 채용되는 시험도 있다.
어쨌거나 나는 "국가직, 지방직, 경력직 공무원 시험"을 모두 응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기회에 어떤 운으로 등용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가능성은 모두 열어두고 공부했다.
" 어디든 좋다. 나를 뽑아주는 곳이라면. 나는 어디든 좋다. "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렇게 2023년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경력직 지방직 기술공무원 9급으로 최종합격 하였다.
나이는 많았지만 그간 나이와 함께 쌓은 실무경력이 공무원 공부 과목을 대폭 줄여준 셈이었다.
나이 들어 응시한 공무원 시험의 특혜였다.
그렇게 나는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어안이 벙벙한 순간이었다.
#2. 팀장님과 비슷한 나이에 신규 직원이 되다.
요기 앉으시죠"
"아 네"
2팀, 끄트머리 내 자리, (복도 옆) "신규 9급"의 자리이다. 자리가 무슨 상관이냐 내 자리와 내 책상이 있다는 게 어디인가.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빈자리인 줄 알았지 급에 정해진 자리인 줄도 몰랐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9급 자리.
어쨌거나 출근 첫날에 내 자리도 알게 되고 물티슈 한 개를 통으로 가져와서 모니터도 닦고 키보드도 닦았다. 또 행정 선생님께서 여기저기 등록해야 한다며 서류도 잔뜩 써서 내라고 해서 내고
그렇게 정신없는 오전 시간을 보냈다.
(휴우)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순수했던 설렘이 그리워진다.
내가 이제껏 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수직 사회의 입성을 저렇게나 순진하게 물티슈로 모니터 닦아가면서 설레어했다는 게 지금 와서 배부른 소리이지만 씁쓸함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이 얼마나 염원했던 일인가.
뱃속 대단이가 얼마나 응원했던 일인가.
그런데 왜 씁쓸함이 밀려오는가.
우리 팀 모든 결재권의 책임자, 나에게는 절대 권력과도 같은, 앞으로의 내 9급 생활을 쥐락펴락할 우리 팀장님의 나이는 나랑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마저도 나보다 어리지 않았던 것은 참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