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어;;;;;;;;;;;;
첫 월급을 받았다.
깜짝 놀랐다

'공무원 월급 200 안되는 거 실화구나.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한창 공무원 직업이 잘 나갈 때,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만 한 직업이 없다며 너도 나도 공무원을 선망하던 때가 있었다. 내 생각에 그때에는 지금보다 생활 물가가 높지 않았고 열심히 모으고 적금도 들고 하면 내 집마련이 지금만큼 넘사벽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즉, 열심히 아끼고 적금 들어서 돈 모으면 집을 사던 시대에서 지금은 그렇게 해도 내 집마련 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워진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공무원 시험 응시 경쟁률은 역대 최저인 데다 공무원 월급이 너무 적어서 힘들게 들어갔어도 의원면직(그만두는)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나는 2025년(초초초 고물가시대), 40세(교육비, 육아비 한참 많이 들어가는 아이 둘이 있음)에 공무원이 된 것이다.
과연 나는
내 생계에 있어서 그리고
시대에 있어서
맞는 선택을 한 것인가?
or
(아닌가.!!!!!!!!!!!)
아닌 것 같다........................................
#. 전에 받았던 급여의 1/2
전 직장도 돈을 그렇게 많이 주는 곳은 아니었는데 공무원의 세계에 오니 급여가 정말 반토막이 났다. 그렇다고 한 달 다니면서 내가 생각했던 공무원의 한량함이나 편안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고 정말 분주하게 일하고 정말 열심히 일하는 9시 to 6시를 보냈는데 급여는 반토막이다.
첫 월급을 보고
"그래, 내가 뭐 돈보고 왔냐?! 아이 잘 키우면서 내 커리어 잃지 않고 나이 40세 가까이 돼서 나 받아주는 곳 찾아왔지. 월급 때문에 온 게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는 건데 와.."
라고 계속 계속 되뇌는 나를 바라보았다.
공무원 9급의 월급이 어느 정도냐면
9급 1호봉은 1,877,000원이다. (2024년 기준)
다행히 나는 1호봉은 아니다. 경력 있는 신규이기 때문이다. 전에 일했던 경력을 다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래도 인정받아 200만 원을 간신히 넘은 9급 5호봉으로 첫 월급을 받았다.
이 마저도 세금을 떼였기 때문에 통장에는 200 안 되는 숫자가 찍혀있었다.

(흠)
전 직장에서 아이 임신하고 육아휴직하며 받게 된 설움을 부스터 삼아 자기 계발 및 노력으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여 멋지게 합격하였는데
200만 원이 안 되는 월급으로 좌절할 수야 없다.
'그런데 왜 월급에 흔들리는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한심한 인간인 것인지, 다시 안정적인 곳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만 앞섰던 너무나 순진했던 내 마음이 문제였는지, 나는 급여 반 토막 현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사명감으로 버티기에는 월급이 너무 적어.
장난 아니다. 이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

사실,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걱정할 뿐이지 내 주변 동료 직원이나 팀장님, 과장님은 이제껏 이 월급으로 열심히 잘 살아오셨다. 내가 여기서 월급이 너무 적다 여기며 걱정을 한다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실례이며 공무원 직업을 가진 분들에 대한 모독이다. 내가 아무리 사기업에서 살다 왔어도 이제는 이 조직에 그리고 이 월급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지금보다 어릴 때 들어왔다면 순조롭게 적응했을 부분을 나이 40세, 그리고 아이를 둘 키우는 시점에 들어오니 나는 월급에 순수하지 못하고 이방인의 시선에서 월급을 쉽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 공무원 월급! 너무 적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살아갈 수 있다.
한참의 시간이 필요하긴 했지만 나는 월급 반토막 현실을 잘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곳은 나이 40세에 나를 받아준 고마운 직장이다.
그리고 60세까지 내가 큰 잘못만 하지 않는다면 나를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
또한, 아이가 둘인 시점에서 각종 복지 혜택이 많다고 들었다. (부모휴가, 가족돌봄휴가, 단축근무, 등등)
늦게 들어와서 공무원 연금에 큰 혜택은 못받겠지만 그래도 공무원 연금에 가입될 수 있다.
등등등."
나는
이 곳에서 버틸 수 있는 그리고 이 월급을 적응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있었다.
나이가 어렸고 한참 취업준비를 하던 20대 후반의 시절에 나는 돈보다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 그리고 나에게 맞는 일을 무엇일까 생각하며 연봉을 크게 보지 않으면서 지원할 수 있는 곳에 지원했다. 다행히 합격했으며 그 당시(2015년) 받았던 첫 월급보다 지금 받은 첫 월급이 훨씬 더 적다. 10년 전 사기업에서 받았던 첫 월급보다 공무원 9급의 첫 월급이 더 적다는 것은 내 선택의 잘못이 아니라 이건 시대의 잘못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공무원은 호봉제라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다닐만해.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받았던 월급보다 적은 9급의 급여는 사회적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얼마 전에 갓 들어온 25살, 신규 9급 내 동료직원은 9급1호봉의 월급으로 차 할부금도 내고 집세도 내고 생활을 한다. 월급에서 아쉽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월급 보고 들어온 건 아니에요. 건축이 좋고 공무원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
(박수!!!!!!!! 역시!!!25살의 패기는 속물근성 가득한 현실의 아줌마인 나와는 정 딴판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내 아래 신규, 25살의 패기어리고 상큼하고 사명감 있었던 그 직원은 얼마 가지 않아
의원면직하였다.(그만둠)
각종 공사와 민원이 많이 생겨 일이 너무 힘들어져버렸고 정신적으로 지치게 되었으며
25살 아이가 그런 일을 버티기에는 너무 고되였던 것이다.
월급이라도 많았다면 혹시 버틸 수 있는 부분이었을지 모르겠지만
25살의 창창한 가능성을 가진 능력있는 젊은이가 굳이 이 조직에서 이 월급으로 버텨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이탈하나 보다.
나는 나이많은 40세, 신규 9급 공무원이다.
나이 어린 25살, 9급 신규 공무원과 다른 점은
나는 그렇게 나가면 이제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내 몸하나만 잘 챙기면 되는 솔로의 20대가 아니며 나에게는 생계가 있다. 나이도 있다.
일이 힘들고 고되지만 버틸 근성과 맷집은 다행히 다른 데에서 길러서 왔고,
지랄지랄한 사람을 대할 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이 월급만 잘 버티면 되는 것이다.
40세, 9급 공무원으로 받게 된 첫 월급은 너무나 40대의 월급스럽지 못하지만
반토막난 월급의 빈자리는 다른 데에서 채워 나갈 것이다.
그게 '사명감'이 될지 '공무원 복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미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