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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뒤늦게 9급 공무원을 도전한 이유

by 찐보아이
아이가 둘 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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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장님: "아이고, 그간 어디에 계셨고?"

나: "사기업에 좀 있다가 왔습니다."

부장님: "아이고 그렇군요. 잘 오셨습니다...."(?)

그렇게 나는 9급 공무원이 되었다.



#. 계기


사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한 직장의 팀장이기도 했고, 나름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끔씩 시청에 평가위원으로 위임받아 가기도 했으며, 그럭저럭 내가 일 구워놓은 커리어에 큰 불만 없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9급 공무원으로 전향하기로 결심했던 계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둘째가 찾아온 크나큰 사건 때문이었다!!


아이가 하나 일 때는 회사생활도 그럭저럭 잘 굴러갔다. 왜냐면 요즘에는 어린이집도 늦게까지 잘 봐주고 다니고 있던 직장도 야근은 없었기 때문에 6시 땡 하면 퇴근해서 아이 데리고 오고 손수 저녁을 지어 먹였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하고부터 그리고 임신 사실을 회사에 말하고 나서부터 묘하게 내 삶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임신한 나는 회사에서 약간 차디찬 밥처럼 순식간에 대우가 달라지고 중요업무에서 배제되었다. 잘 지내던 동료와도 뭔지 모르게 거리감이 생기고 멀어졌는데 "이건 내가 임신해서 예민해서 그런 건가?" 착각하는 수준이 아닌 정도로 주변의 온도가 너무나 차가워져만 갔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이 상황을 견디기가 어려워 육아휴직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육아휴직 준비에 들어갔다.


업무를 마무리하는 두 달 동안에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회사에 대한 서운함만 간직하기에는 그 간 들은 정이 많았고 (사실은 정이 너무 많이 들어 더 서운했다.) 다시 복직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은 채 마지막 출근을 하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휴직에 들어갔으나 퇴사나 다름없었다.



#. 공무원 공부의 시작


집에서 쉬면서 나는 임신해서 배부른 몸을 이끌고 독서실부터 갔다. 가서 뭐 할지 처음에는 멍~하게 숨만 쉬며 생각만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돠었을까?"를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열심히 일했고 또 인정받았고 그리고 잘못한 게 없는데 나는 왜 찬밥처럼 되었을까?"

쓸데없는 생각이지만 계속 맴돌아서 괴로웠다.

그래서 발전적인 생각을 하며 훌훌 털어버릴 결심을 하고 육아휴직으로 쉬는 동안에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나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는 이미 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출산 후 들어갈 직장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데 이미 나는 30대 후반이라 어딜 들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 생각 끝에 나는 9급 공무원 시험을 떠올리게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2022년, 내 나이 37살, 임신 5개월 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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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를 중하위권으로 했던 나라서 이렇게 고시 공부같은 시험은 내 인생에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이를 악물고 공부를 한번 해 보려고 마음 먹은 건 전 직장에서 받음 설움 그리고 이를 기회로 다시한번 도약하고픈 내 열망 때문이었다. 뱃속에 꾸물꾸물, 꿀럭꿀럭 하는 아가를 데리고 시험정보를 보고 책을 펴 보았다. 배가 책상에 닿아 불편했다. 태명을 "대단이"로 해 보았다.

뱃속 아기가 나를 대단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희망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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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