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딱팔딱 생선가게
친정엄마는 올해로 75세가 되셨다.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시는 통뼈 할머니시다(건강검진에서 의사 선생님이 통뼈라고 했다고 자랑을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저 먼 순간부터 지금까지 엄마는 일을 하고 계신다.
골목에 있는 주택가. 지금 생각해 보니 꽤 낡은 주택 한 채.
할아버지, 막내 삼촌, 우리 다섯 식구.
세상에 방 세 개짜리 주택에 일곱 식구가 살았다니.
삼촌이 군대를 갔을 때는 그마저도 방 한 칸을 하숙을 치셨다.
엄마, 아빠, 언니, 나는 한 방에서 자고 할아버지와 오빠는 건넌방에서 잤다.
오빠는 할아버지의 줄담배 공격에 커서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문 칸방에는 하숙생이 들어왔는데, 학생인듯한 두 형제가 들어왔다.
우리 식구들과 꽤 친하게 지냈던 기억이다. 사진첩에 그 둘과 다 같이 찍은 사진도 꽤 있었다.
우리 집 형편이 어려웠었나 보다.
어린 나이라 정확히 모르겠지만, 남은 우유 상자가 늘 앞마당에 한 두 짝씩은 있었다.
한 번은 동네에서 허름하게 입고 지나가는 아저씨가 엄마에게 우유 한 병만 달라고 구걸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평소 돈을 악착같이 모으는 것 같지만, 그만큼 퍼주기 좋아하는 엄마는 그런 아저씨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손에 우유를 몇 개 쥐어주고 보냈다.
버는 것과 퍼주는 것의 균형이 늘 맞는 바람에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이른 아침 출근해서 밤 열 시까지 일하는 고된 노동의 현장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자식은 세명이고, 아빠는 장남이라 할아버지도 모시고 삼촌 결혼도 시켜야 하고 버는 것보다 나가는 돈이 많았겠다.
평소엔 할아버지가 나를 돌봐주셨었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시장에 나를 자주 데려가셨다.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내가 탁 틔인 시장의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은 그야말로 ‘정글이 이런 곳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어떤 때는 야채를 팔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생선을 팔기도 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가판대가 아닌 문 닫힌 가게 앞에서 팔다가 단속이 나오면 부리나케 도망가는 이상한 시스템이었다.
어린 나에게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
어느 때는 도망가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불안함을 느끼다가 집에 오기 일쑤였다.
엄마가 생선을 팔다가 손님과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큰소리가 오고 가는 환경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튼 생선 파는 일이 싫었다.
그 뒤로 엄마는 해물탕집에 정식으로 취직을 하셨다.
지금까지 40년을 같은 가게 주방 이모로 계신다.
본인 가게를 차리고도 남을 긴긴 세월이다.
자영업자 체질 아니시라며, 한사코 가게는 안 하시겠다고 하셨다.
얼마 전 보드게임 페스타 갔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생선가게를 차려놓고 <팔딱팔딱 생선가게>라는 보드게임을 실감 나게 판매하고 있었다.
진짜 움직이는 생선인형을 여러 개 두고 뜰채로 인형을 떠가며 방수 앞치마를 입은 직원이 생선가게 주인 행세를 하며 ‘자, 생선 사세요. 만져보세요’ 멘트를 외친다.
보자마자 ‘오, 재밌겠다’ 이거 사야겠다 하고 바로 구매를 했다.
정말로 움직이는 생선이 웃겼다.
이거 사람들이랑 빨리 게임해봐야겠다 싶어 교회에서 게임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은 모르겠지만, 나는 재미가 없었다(원래 재밌고 정신없이 깔깔깔 하는 재미보장 게임임)
리얼한 생선의 모습을 보니 엄마의 시장 바닥 생선도 생각나고 40년을 다니고 계신 해물탕집 생선도 생각났다.
붓는 대로 빠져나가는 밑 빠진 독 같은 40년 주방이모의 삶.
일의 고단함도 있지만, 삶의 거의 모든 것이 된 일.
좋아서 한 일이 아닌 ‘어찌어찌, 꾸역꾸역 해낸 사람’.
김경일 교수님이 말한 것처럼 그런 사람들은 ‘강한 사람’ 이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 같다.
그러나 게임은 협력게임으로 즐겁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역동적이다. 새벽의 수산시장처럼.
누군가는 역동적 새벽시장을 떠올리고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 시장바닥의 생선을 생각하고.
오늘의 보드게임 처방
▪️ 증상 : 추억의 가족오락관 같은 폭탄 돌리기를 느끼고 싶은 분, 소모임에서 분위기 업시키고 싶을 때
▪️ 추천 게임: 팔딱팔딱 생선가게/ 아스모디코리아
▪️ 효과: 협력해서 미션에 집중하다 보면 성공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 복용 방법: 둥글게 서서 하는 걸 추천
▪️ 부작용: 생선에 안 좋은 추억 있으신 분들은 속상할 수 있음. 시끄러움 주의
https://tv.kakao.com/channel/10190183/cliplink/455657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