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7
꽁가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후각과 촉각이 굉장히 발달했다. 악수를 하며 손등의 감촉과 냄새로 사람을 구별한다. 내 손을 스윽 잡아끌어 냄새를 맡더니, ‘보배~’라고 말하며 슬며시 웃는다. 천사 같다. 멍하니 꽁가를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사서에게 물었다.
“나한테는 어떤 냄새가 난대?”
“키둥구 수오모래.”
“그게 뭔데?”
“양파.”
큭큭. 그래, 내가 양파를 많이 먹긴 하지.
하루는 뒤늦게 도서관에 도착했더니, 여자애들이 꽁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복화술로 사서에게 물어봤다.
”뭐야, 저것들 꽁가를 괴롭히는 거야?“
”아니, 친구가 되고 있는 거야.“
크리스마스 발표회에서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꽁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 학교에서 늘 혼자 있던 꽁가는 이제 인기쟁이가 되었다. 언제나 고요한 공기를 자아내던 꽁가는 지금은 쉬는 시간만 되면 여자애들과 함께 널브러져 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손도 잡고 조잘조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편견으로 가득한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봤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이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