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3
삼 개월 반의 수업 동안 아이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놀라운 집중력과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110명의 아이들 중 19명의 아이들이 지체장애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재능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아 앞장서서 크리스마스 발표회를 꾸며 나갔다. 로지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무서워하고 부끄러워했는데, 나중에는 가장 큰 목소리로 환히 웃으며 친구들과 노래했다.
우리 애 님들의 패기 있는 패션에 대해선 언제나 크게 감명을 받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발표회를 맞아 애 님들 꼬까옷 한벌씩 해주고 싶었다. 이역만리 나이로비에 가서 티셔츠를 맞췄다. 색깔은 내 취향대로 핫핑크와 쨍한 하늘색. 등더리엔 날개를 달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우리 애 님들은 얼굴이 이미 완벽하기 때문에 날개 달린 가방으로 마무리했다. 꼬까옷을 입고 팔락 팔락 뛰어가는 우리 애 님들의 뒷모습이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가는 천사들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다. 이런 게 설빔해 입히던 부모님들의 마음인 건가? 열심히 돈 모아서 내 새끼들 일 년에 옷 한 벌 해 입히니, 보고 또 봐도 너무 예뻐서 애 님들 볼때기 꼬집느라 손꾸락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눈물 날 만큼 감동적인 순간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려 버둥대는 건지도 모른다. 하루가 완벽히 행복했던 날. 와토토 왕구와 아름다운 사람들, 마음이 닿은 친구들의 행복한 음악 소리, 웃음 소리, 박수 소리로 가득했던 날.
그 반짝이는 햇살을 잊을 수 있을까.
찬란하게 빛나던 그 하루만 해도 이 일 년이 아깝지 않다.
와토토 왕구: ‘우리 아이들’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