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10
마지막 토요일 수업이었는데,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와토토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루쏘 남매와 세렘이는 작년보다 더 상황이 좋아졌다는 소식이다. 좋은 학교에 가게 되었다니. 토마스는 내가 쓰던 기타를 받고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2년 뒤엔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걸 보여 달라고 했더니 알겠단다.
첫 몇 달간 인사해도 받아주지 않던 젭투모는 어느새 방싯방싯 웃는 아이가 되었다. 오늘은 너무 이쁘게 웃으면서 내게 동화책을 읽어 주었다. 영어로 된 동화책을 스와힐리어로. 흐흣. 그림도 손으로 딱딱 짚어가며.
그것만 해도 되었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너희를 아끼고 사랑하고 보고파하는 외국인 어른이 한 명 있었다는 그 기억을 준 것만으로도. 무대 위에 올라 몇 백명의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시를 읊고 박수를 받았던 기억만으로도.
십 년간 수많은 이별을 했는데 아직도 안녕은 쉽지가 않다. 지레 작별인사를 피하는 습관이 생겨, 오늘도 마치 다음 토요일에 또 볼 것처럼 악수만 했다.
꼭 다시 만나자.
내 새끼들. 내 사랑들.
와토토: ‘어린이들‘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