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는 둘이상의 것들에 있는 틈이다
벌어진 틈새. 말끔하게 닫히지 못한 문이다. 틈은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불안하게도, 안심하게도 한다. 안이 불만족스러우면 열린 틈은 기회가 되고, 안이 만족스러우면 틈은 위기가 된다.
‘사이’는 ‘관계, 연결’을 뜻하기도 한다.
사람 사이, 친구 사이, 아는 사이. 여기서 사이는 ‘관계’나 ‘연결’이다. 틈새를 뜻하는 말이 어떻게 ‘이어짐’도 뜻하게 되었을까. 우리 ‘사이’는, 그 틈이란 건 기회일까 위기일까.
사이가 기회가 되려면 믿음이라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이에 의심이 쌓이면 위기가 된다. 두 사람 다 굳건한 믿음과 용기를 가지는 일은 흔치 않다. 한 사람은 믿음, 한 사람은 의심, 혹 두 사람 다 의심을 가지는 경우들. 의심이 믿음이 되는 일보다 믿음이 의심이 되는 일이 더 흔하다. 사람 ‘사이’에서 ‘사이’는 그래서 나에겐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혹은 끊어질 듯한 약한 끈의 이미지다.
믿음으로 의심을 이겨내길 바라지만, 먼저 나부터 그 믿음을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한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감을 느낀 경험, 쉽게 믿지 말라는 세상에 널린 조언들, 이미 벌어진 틈에 내 믿음이 불필요한 힘이 될까 하는 수많은 주저함이 ‘사이’에 있다. 사이는 벌어지고 멀어질 가능성이 더 많다. 노력으로도 안되는.
물론 용기내어 믿음으로 바꿀 필요 없는 의심도 있다. 함께할 때 나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관계는 경험상 그냥 의심으로 두어도 괜찮았다. 그 틈은 위기이지만 장기적으로보면 ‘사이’라는 틈을 통해 탈출할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여러 의심을 뚫고서 나에게 도달한 누군가의 믿음이란 얼마나 귀한가도 생각한다. 둘도 없는 소중한 이들에게 가장 질긴 동앗줄같은 사이로 남아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