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저마다의 매력이 있고
모든 이들의 추억을 품고 있다.
반가운 손님같은 계절의 얼굴은 해마다 원숙미를 더한다. 아마 내 기억과 추억이 쌓여서 그럴 것이다. 어렸을 땐 좋고 싫은 계절을 구분했었지만, 이젠 모든 계절이 좋으면서 무덤덤한 게 그런 이유 때문일지 모르겠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면 으레 그런 가보다, 하며 살아 갔었는데 어느 날 ‘우리 생에 가을이 몇 번이 더 있을까’하는 글에서 멈칫했다. 수명이 한정되어 있는 건 늘상 떠올렸지만 계절도 그런가.
당연히 그럴 테다. 앞으로 몇 번의 여름과 가을을 만날지 손을 꼽아보면 남은 생이 반에서 반으로 훅훅 내려접히는 기분이다.
어쩌면 ‘언젠가 죽을 것이다’는 걸 늘 떠올렸단 것도 내 착각인지 모르겠다.
나이드신 조부모님, 부모님의 남은 계절을 생각해 보면 한 계절의 소중함이 더 가슴 뻐근하게 다가온다. ‘인생에서 남는 건 기억과 추억이 전부’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게 모두에게서 계절이란 뺄 수 없는 배경화면, 또는 모든 생의 ost일테다.
유난히 더웠던 올 한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단어가 ‘가을’이다. 늘 입추의 미묘한 공기 차이에서 올 한해도 반이 접혔구나 미묘한 쓸쓸함을 감탄으로 덮었건만 올핸 그 기분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리는 연락처럼 굴지만 언젠가는 올 것을 안다. 그렇게 다같이 스산한 가을을 통과해서 온몸을 웅크리게 하는 차가운 공기로 들어설 것이다.
하루하루 날씨와 계절 변화 그리고 이런 장면 속의 나를 보며 지금의 내가 이 세상에 부지런히 참여 중임을 느끼게 된다. 남은 한해도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계절의 예쁜 풍경이 언제나 배경음악처럼 함께 하기를 바란다.
내친 김에 쭉 더 생각해 본다. 올 한해를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조명 아래 보내고 나면, 추운 공기가 일상을 뒤덮을 것이다. 그뒤엔 볕도 한뼘 더 길게 머무는 2월과 새학기 오소소 소름돋는 3월. 날리는 벚꽃과 함께 정신없이 기분좋고 나른한 4월, 따뜻한 지 더운 건지 애매한 5월과 돌발적인 장대비, 그리고 밤마다 더위와 모기와 사투하는 여름이 찾아 오겠지.
다른 계절은 몰라도 여름은 최대한 늦게 만났으면 좋겠다. 올 여름 유독 힘들었다.
다음 여름아 최대한 나중에 만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