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설화 <달팽이 각시>
살면서 만나게 되는 행운들이 반가우면서도 겁이 난다. 누려도 되는 거 맞나. 잘못 배달된 택배처럼 누가 다시 수거해가는 건 아닐까.
어쩌다 왔을지언정 내것이라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 행운의 주인이 알고보니 나 맞더라. 나아가서 난 그걸 가질 자격 있더라고 믿고 싶다.
어쩌다 찾아온 이 행운이 행복이 되고, 진부한 일상이 되어 내곁에 눌러앉기를 바란다.
일명 우렁각시라고도 하는, 오래된 한국의 설화(민담)이다. 논농사를 짓던 총각이 혼잣말로
“이 농사 지어 누구랑 먹나”하니
“나랑 먹지 누구랑 먹어.“
잘못 들었나 싶어 두리번하다 다시 말하니 똑같은 대답. 소리나는 쪽을 살펴보니 커다란 달팽이(우렁이)가 있다.
신기해서 가져와 방안 장롱(혹은 물독 안)에 넣어 두었더니 일 마치고 돌아오면 밥상도 차려져 있고 집도 치워져 있다. 몰래 지켜보니, 장롱에서 예쁜 각시가 나와 밥도 차리고 집도 치운다. 손목을 덥썩 잡고 나랑 살자하니 각시가 말하길 삼일만(혹은 하루만) 참았으면 저절로 당신 신부가 됐을 텐데 아쉽다고 한다.
달팽이각시가 너무 예뻐서 총각은 한시도 떼놓지 않고 나무하러 가거나 논일을 할때도 항상 곁에 각시를 둔다(혹은 집에만 둔다).
어느날 시어머니는 총각이 없을 때 각시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외출한 각시는 아름다운 외모가 임금의 눈에 띄어 총각과 헤어지게 된다.
(혹은 자기 모습을 그린 그림을 갖고 다니라 주는데 그 그림이 바람에 날아가 임금에게 전해져 아내를 뺏긴다).
왕비가 된 각시가 도통 웃지 않아, 임금이 어떻게 하면 웃겠냐 하니 각시가 ‘거지 잔치를 얼어달라’한다.
명령을 받아 전국 거지 잔치를 열던 마지막 해에 정말로 거지꼴이 다 된 총각(예전 남편)이 나타나고. 왕비가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임금이 그런 왕비를 보고 ‘나도 저 거지처럼 하겠다’하여 총각과 옷을 바꿔입는다.
왕비는 그 즉시 “저 거지놈 몰아 내라”하며 왕을 바꿔치기 하고, 왕이 된 본래 남편과 다시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전 세계에 광범위한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처럼 고귀한 여성과 평범한 남성의 결합 유형이며, 설화라 변이형이 많다. 여기서 소개한 유형 외에
1. 임금에게 아내를 뺏긴 남자가 지극히 슬퍼하다 죽는 것으로 끝나는 유형
2. 남자가 새가 되어 달팽이 각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슬피 울고, 각시도 죽어서 새가 되어 두 새가 날아가는 유형
3. 각시가 남자에게 세 개의 기술을 각각 삼년 간 익히라는 미션을 주고, 나라에서 대회를 열어 남자가 우승하게 돕는 유형(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와 유사)
나또한 한번씩 방이 어질러져 있거나 하기 싫은 일이 쌓여 있을때 우렁각시 이야길 떠올린다.
거저 얻은 행운. 오래 갈까, 잠시 있다 사라지면 그건 오히려 사람을 병들게 하는 재앙 아닌가.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마주치는 행운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으나, 그러려면 자격이 있어야 하지 않나.
행운을 다시 되찾고 싶다면?
자격을 갖추면 된다. 꼭 붙들 손아귀의 힘을.
설화에는 또한 절대 하면 안되는 게 많다. ‘금기’라 하는데. 금기는 그걸 깨고 싶은 인간의 조급함과 욕망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마라고 하면 꼭 하고 싶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그건 세상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일종의 시험이다.
너는 이걸 누릴 자격이 있니?라 묻는.
벼락같은 행운은 바라지 않아도 이미 가진 행복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또한 이 이야기는 인간이 가진 큰 두 욕망인 ‘결혼과 치부의 욕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상의 배우자를 만나 2세를 만들어 한정된 수명을 길게 늘이고(대리만족하고), 부를 통해 삶을 더 밀도 있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한정된 인간의 삶을 세로축(결혼과 자녀)과 가로축(부유함)으로 늘리고자 하는 이 욕망은 이와 같이 시공을 관통하여 존재하는 오랜 인간의 욕망임을 확인하게 한다.
결말의 변이형이 다양한데, 읽으신 분들은 위 유형 1~3 가운데 어떤 유형이 제일 마음에 드시나요?
만약 결말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남편에게 미션을 주고 성장시켜 왕의 자격을 갖추게 하는 유형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여기 소개한 유형은 우연한 행운의 중복 같아서. 괜히 그렇게 얻은 행운은 또 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드네요.
-이미지 출처: 키즈스콜레 <우렁이 각시> 동화책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