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를 먹으며

내 하루는 다 어디로 흘러갔을까?

by bbj


자기 전에 영양제 먹는 루틴이 있는데, 먹을 때마다 종종 놀란다. 어떨 때는 1분 전에 먹었는데 또 먹은 것 같다. 그만큼 그 사이의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영양제 몇 알 사이의 내 하루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눈 깜짝할 사이, 어딘가 정신 팔려 있던 사이.


다 어디로 새나가버렸지? 이처럼 매일 반복하는 일에서 축적이 아닌 기시감같은 걸 느낀다.


예전에 유퀴즈에 나온 어떤 연예인은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영양제 꼬박꼬박먹고 통 비우기’ 를 꼽았다. 그럴수도 있구나. 난 반대인데.


영양제 통이 빌 때마다 너무 짧게 느꼈던 나날들이 더 압축돼서 텅빈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많던 내 영양은 다 어디로 간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를 지나친 시간도 영양제랑 비슷하다.


꼬박꼬박 먹긴 하는데 어디로 흘러가고 또 어디로 포함되거나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양제처럼 내 몸 어딘가 근처 어딘가에 조금 남아 있겠지 짐작하고 위안하고 그런 것일까.


영양제 잘 챙겨 먹어야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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