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살 빠진다고 누가 그랬나. 불어난 옆구리살 책임지시라.
복직을 앞두고 한 가지 기대가 있었으니
자연스럽고 급속하게 살이 빠질 거라는 것.
실제로, 이번에 세 번째 복직인데 지난 두 번의 복직 때 분명히 출근 일주일만에 살이 빠지는 경험을 했었고, 선물처럼 내게 올 자연 다이어트는 월급과 더불어 복직의 유일한 기대 종목이었다. 그럴거라는 기대에 출근 전 며칠을 든든히 챙겨먹으며 몸이 무거웠지만 불안하거나 조바심나지 않았다. 나에겐 살을 쪼옥 빼가줄 무시무시한 출근이 기다리고 있으니.
왜 이번 복직은 -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다. - 뭐 하나 쉬운게 없는지. 뭐 하나 뜻대로 되는게 없다.
요전보다 훨씬 힘든데 살은 스물스물 계속 찌고 있다. 누가 그랬습니까. 힘들면 살 빠진다고. 분명히 빠질거라고. 오마이갓!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안하던 출근을 하려니 삭신이 쑤시는데, 그 삭신에 걸칠 마땅한 옷 몇 벌마저도 불어난 옆구리와 뱃살 때문에 영 이상하다. 촥 떨어지는 느낌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 울룩불룩 엉성하고 안 예쁘다. 육아휴직 후의 복직이니 명백한 애엄마 훈장을 달았지만, 남들까지도 한눈에 나를 애엄마 혹은 아줌마로 알아봐주길 바라지 않는다. 이 나이에 아가씨 소리는 욕심이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굉장히 어린 줄 알았다거나 골드미스라거나 열에 한 명 정도에게는 이런 말도 좀 듣고 싶었다. 복직을 앞두면 별 생각을 다 한다.
그렇게 옆구리살과 함께 출근이 시작됐고, 출근을 하니 게걸스러워졌다. 당연한 결과. 수시로 커피, 간식, 빵, 과자를 입에 달고 살던 주부가 물 한 통에 의지해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을 하려니 점심밥이 고봉밥이 되어갔다. 그렇게까지 먹어야할 이유가 없었는데, 피곤한고 지친 몸에 양분을 주는 심정으로 허겁지겁 더욱더 게걸스러워졌다. 그것이 복직과 함께 불어난 살들의 이유였다.
이유를 아는데, 개선이 안된다. 하루하루 피로는 누적되어 갔고, 그럴수록 더 많이 먹기 시작했다. 결국, 이 주만에 삼키로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피곤하고 지친 삶에 우울함까지 더해졌다. 이게 아닌데. 출근하고 힘들어서 본의 아니게 슬림해진 몸에 날렵한 정장을 빼입고 출근하리라 기대했었는데.
힘든건 맞고, 살이 빠진 건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