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전지적 UI 시점

1부 소개

by 밈바이러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을 켜고, 컴퓨터 화면을 마주하며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합니다. 이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이 바로 UI(User Interface),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입니다. UI는 사용자가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각적 요소, 즉 화면 속 디자인을 뜻합니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내부 작동 방식을 숨기고 (0과 1의 복잡다단한 연산) 아이콘을 보여줘서 우리가 쉽고 편리하게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자, 이제 이 UI 개념을 우리 자신에게 적용해 볼까요? 『전지적 UI 시점』이라는 1부의 제목은 바로 우리의 ‘의식’이 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장 정교하고 놀라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통찰에서 출발합니다. 뇌는 수 백억 뉴런들의 복잡한 활동을 숨기고, 우리가 세상을 직관적으로 경험하고 ‘나’라는 쾌적한 느낌(UX)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의식이라는 매끄러운 UI를 띄워줍니다. 우리는 이 UI를 통해 세상을 보고, 듣고, 느끼며, 상호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왜 ‘전지적’이라는 표현을 썼을까요? 의식은 분명 ‘나’라는 일인칭 시점의 주관적 경험이지만, 그 의식을 만들어내는 뇌 자체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뒷단에서 심장을 뛰게 하며,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각종 조절 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면서도 받아들이는 감각 데이터와 함께 다음 순간의 세상을 적극적으로 예측하면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도전적인 과업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우리 몸과 세상에 있어 마치 ‘전지적’인 존재처럼 작동합니다. 이번 1부에서는 뇌의 ‘전지적 시점’에서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UI’ 그리고 그 UI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사용자 경험(UX)’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일상적으로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내면의 목소리”를 뇌에서 제공하는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에 비유하고자 합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빅스비(Bixby)나 시리(Siri)처럼 말이죠. 이 “내면의 목소리”는 우리의 일상적인 순간들을 “해석 및 해설”하고, 불평불만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시에 ‘나’를 과거나 미래로 종횡무진 인도하기도 하죠.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 “내면의 목소리”(혹은 해석기)는 자신이 제일 많은 역할을 하고 있고, 제일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빅스비이며,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것도 빅스비기 때문이죠. 전교생이 한 명인 학교에서 “나 전교 1등이야!”라고 뿌듯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화의 어느 시점에 우리의 사고와 언어가 너무 강하게 얽혀버렸고, 우리 삶의 주도권을 장악해버린 “목소리”가 곧 “나”라는 느낌이 너무 강한 나머지, 우리는 종종 목소리와 사용자를 혼동하게 됩니다. 저는 이 ‘목소리’와 우리 ‘사용자’를 분명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착각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과 느낌이 어디서 나오는지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삶이라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는, 우리가 경험하는 삶이 단순히 일련의 사건들의 집합이 아니라, 뇌가 끊임없이 해석하며 구상하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을 해석하고 통합하려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의미를 가지며, 때로는 어떻게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나’와 세상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뇌과학, 진화 심리학, 사회 심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삶이라는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는 그 배경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어쩌면 그 여정에서 제가 느꼈던 “세계에 대한 믿음” 그러니까 “괜찮음”을 어렴풋이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 또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언제라도 “사용자”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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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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