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책 한 권 끝까지 읽기 힘들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책을 읽는데 도중에
다른 책이 생각나고 책을 바꿔 읽다가도 또 다른 책이 생각나는 것이다. 어떤 책을 읽어도 결국 모든 경우에 후회가 남을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저 책이 생각나는 것이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보니 책들에게 공평하게 독서 대신에 유튜브를 본다는 말도 안 되는 결론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것이 가능한가. 다만, 이 책 뒤적 저 책 뒤적이듯이 이것저것 찔러보듯이 맛보며 살면 결국 한 번의 인생도 못 살아보다가 끝나는 게 아닐까. 살아보지 못한, 내가 슬그머니 놓아버린 삶의 가능성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지 않을까. 나는 내 생에 있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나는 방황하고 있다. 빙빙 배회하고 있다. 이러다 인생의 진흙 수렁에 빠져들 것 같다.
책도 읽고 싶고 우주도 탐구하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사랑도 알고 싶은 내게 괴테의 고뇌가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