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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Oct 07. 2022

지하철의 투명인간

혹시 제가 보이시나요?

나 외로운 건가? 사람은 외로워지면 주변의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싶어진다고 한다. 요새 통학도 하고 여러모로 지하철 이용이 잦은데 어르신, 동년배, 꼬마 가릴 것 없이 왠지 모르게 말을 걸고 싶어 진다. 물론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말을 걸까 말까, 어떤 말을 건넬까 수없이 고민하다가 끝내 말을 걸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해버린다. 나는 무엇을 바랐던 걸까 자조하며 인파에 흽쓸리지 않도록 조심히 그 행렬의 파도의 일부를 이룬다.


한편, 무인도에 홀로 고립됐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사람의 시선이, 그러니까 남이 자신을 봐주고 있다는 느낌이 그리웠다고 말한다. 내가 말을 걸고 싶었던 것도 그로 하여금 나를 응시하게 하여 매일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투명인간으로 전락해버리는 나를,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자아를 멸각할 것 같은 나를 현실로 불러들이도록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같은 지하철을 탄 내 영혼의 동포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제가 보이시나요?” 그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볼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이어서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저도 당신이 보입니다! 아주, 잘!”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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