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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Dec 30. 2022

알사탕

시, 인생의 맛

사탕 오물오물 빨다가

쓴 맛이 나 퉤, 뱉었다

입에서 두세 바퀴 굴렸을 때

그때가 제일 달았다

사탕은 굴러 굴러

하수구에 툭, 빠졌다


단숨에 꿰뚫고

본질을 맛볼

예리하고 날카로운 이가 없다면

쓴맛마저 감내하고

열심히 녹여냈어야 했을 텐데


그렇게 나는 마지막 사탕

포장지를 까서 입에 넣었다

그 충격의 맛에

사탕 껍데기를 눈으로 훑었다

-최악의 절망-

자기혐오와 허무


이제서야라도 그간

하수구로 굴러 떨어뜨린

사탕을 전부 주워 모아

탐닉하고 싶었지만


이미 혀는 마비되어

손 쓸 도리가 없는 듯했다

욕망의 혀 끝으로 맛본 사탕은

전부 쓴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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