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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Oct 24. 2020

중국사람 다 됐네

그래도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제 주변에는 어쩌다 보니 중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멀리 사는 가족들이 다들 모이는 

때면 나이 지긋하신 친척분들께 장난 삼아 듣는 말이 있지요. 

"어이구 중국 사람 왔네"

저는 2020년 올해로 16년째 중국 생활인데요, 가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중국인 다 됐네 싶은 때가 있습니다.

언제냐면요 



한 여름 , 한국 식당에서도 시원한 물 대신 따뜻한 물을 찾을 때. 


한국 사람들은 한겨울에도 냉장고에든 물을 마시지만 중국 사람들은 맥주도 상온에 보관해 마실 만큼 차가운 음식을 즐겨하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음수기도 차를 우리기 위한 뜨거운 물 , 혹은 상온의 물 두 가지가 기본입니다.  찬 물을 먹을 수 없는 환경에 있어 그런지 이제는 한국에 가서도 찬 물은 마시지 않게 되었어요. 아직 냉수를 즐기시는 70 넘으신 우리 엄마도 별스럽다며 핀잔을 주시지요. 


밥 다 먹고 앉은자리에서 계산서를 요구할 때. 


중국에서는 밥을 먹은 자리에서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금액을 확인하고 계산까지 끝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요즘은 전자결재로 간단히 끝나지만, 예전에는 거스름돈까지 자리에 가져다주다 보니 밥을 다 먹고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밥을 먹고 저도 모르게 앉은자리에서 계산을 하려다 눈치를 받은 적이 여러 번이랍니다. 습관이란 참 무서워요.


거리낌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무단 횡단할 때. 


중국인들의 무단 횡단은 너무나 유명하죠. 횡단보도나 신호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길이 뚫려 있고, 경찰 아저씨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면 무단횡단은 언제나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반대로, 인도로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주행을 하는 것도 흔한 일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무단횡단, 인도주행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강제로 울타리를 만든 곳도 많이 생겼어요. 오랜 시간 동안 무단횡단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저는 한국에 갈 때마다 울타리 없이 뻥뻥 개방된 길을 무단횡단하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들답니다. 누가 보든 말든 상관없이 스스로 준법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원화(KRW)보다 인민폐(RMB)로 계산을 해봐야 싼 지 안 싼 지 딱, 감이 올 때.


처음에 중국이 올 땐 환율이 뭔지도 몰랐던 외환 무식자였는데, 이제는 인민폐 가격이 제 물가 측정의 기준이 되었어요. 인민폐는 화폐 단위가 적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억 단위가 넘어가는 동남아 화폐였으면 하루 종일 계산기를 끼고 살았어야 할 듯요.




중국 아닌 외국에서 중국어가 영어보다 먼저 튀어나올 때.


일본을 경유해 미국을 갔을 때 티켓에 문제가 생겨 이민국과 소통을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영어는 한마디도 안 나오고 중국어만 쏼라 쏼라 자동으로 터지는 통에 (그렇다고 중국어가 아주 훌륭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지요) 소통에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제 티켓에 문제가 있어요 라는 말을  My ticket 有问题  라고 말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코미디 같았어요. 


놀랐을 때 "엄마야!" 보다 "워디마야 (我的妈呀)"가 먼저 튀어나올 때. 


놀랐을 때, 혀를 끌끌 찰 때,  기분이 상할 때 , "엄마야" "세상에" "뭐냐" 대신에 먼저 튀어나오는 말은 워더마야(我的妈呀), 티엔나(天呐), 깐마(干嘛).  짧은 말은  배우기도 사용하기도 더 쉬운 것 같아요.  


*중국말로 바보를 "사과 shagua"라고 합니다. 

왁자지껄한 현장을 구경하고 있을 때.

 중국 사람들은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습니다. 싸움이건, 재미난 놀이건, 주로 팔짱을 끼고 구경하기만 할 뿐 말리거나 참견하거나 함께 어울리지 않습니다. 문화 대혁명이 낳은 후유증이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위험한 상황에서 구경만 하다가 참사가 나는 뉴스도 종종 접하곤 하지요. 저는 외국인이다 보니 더더욱 중국 사람들의 논란에 끼는 것을 조심하긴 합니다만, 가끔 싸움이나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둘러싼 사람들 틈에, 그들과 같은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곤 머쓱 해질 때가 있어요. 참 싫은 순간이지요 머쓱.



잠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집 밖을 나설 때.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는 중국인들, 그래도 잠옷을 입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서 나설 만큼 외국인들이 보기엔 조금 우스운 일입니다. 그런데 저도 가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는 잠옷 그대로 문 밖을 나서기도 합니다. 아파트 단지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을게요. 약속!

소주보다는

 

바이주(白酒)가 낫고 


바이주보다는 내 사랑 칭따오 춘셩(青岛纯生) 맥주가 훨씬 훨씬 훨씬 좋을 때. 


칭따오는 제 입맛에 가장 맛있는 맥주입니다. 제 권유로 맛을 본  다른 분들도 다들 만족스러워 했습니다. 명절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때는 박스로 사서 가져가기도 한답니다. 술을 즐기진 않지만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하기도 할 만큼, made in china 중에 가장 사랑하는 제품입니다. 하하...




본의든 아니든, 철 든 후 인생의 반을 중국에서 보냈습니다. 중국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제 모습이 당연하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늘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네네, 무단 횡단은 이제 고만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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